섬유제품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 등 기술부문에 대한 투자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한상의에서 열린 제19차 신산업 민관협력회의에 참석한 업계 학계 정부
대표들은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의류 등 섬유제품산업이 결코 사양산업
이 아니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제품의 고부가가화를 도모하기 위한 패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업계및 학계 대표들은 소재디자이너 코디네이터 등 전문인력을 양성
할수 있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며 4년제 전문대학 설립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재윤 통상산업부장관은 디자인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내년중
서울에 패션센터를 건립하는 등 패션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또 대한민국 패션대전을 국제대회로 격상시키고 해외유명 컬렉션및 전시회
참가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재윤 통상산업부 장관 =한국의 산업은 그동안 저임금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며 발전해 왔지만 국내 임금인상으로 더이상 이런 식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가격경쟁력을 대체할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새로운 경쟁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비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저임금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섬유제품산업은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산업이라 할수 있죠.

임금상승 등으로 말미암아 가격면에서의 장점이 사라진 상황에서 섬유제품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디자인을 비롯한 전반적인 기술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는데요.

<>김상용 서울대 섬유공학과 교수 =의류를 비롯한 섬유제품산업은 디자인
패션 등 스타일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 입니다.

소재의 품질뿐만 아니라 작업 자체의 품질이 요구되는 산업이죠.

소재의 선택에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기획성의 차이에 따라 품질이 많이
달라지는 산업입니다.

섬유는 원사부터 직물 의류 봉제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흐름을 이루는
산업입니다.

이중 어떤 한 분야라도 병목현상을 보이면 산업 전체적인 흐름이 원활치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섬유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각 흐름간의 협력이 원활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섬유산업은 흐름간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직 화섬 염색협회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단체들의 협조체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도 원활한 협력관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패션 선진국들은 의류산업 활성화를 위해 대학내에
의류공학과및 연구소를 설치하고 이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의류를 미래산업의 하나로 파악하고 이 분야에 매년 8백만
달러씩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지난해 발표된 1백여편의 섬유관련 논문중 의류에 관한
것은 단 5%에 불과할 정도로 연구가 원사를 비롯한 상류부문에 치중돼
있습니다.

의류 등 하류부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입니다.

의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일반 국민들이 패션에 대한 인식
을 새롭게 할수 있도록 산업자체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수행해야
합니다.

섬유산업도 크게 발전할수 있는 첨단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좀더
유능한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가질수 있다고 봅니다.

<>손훈재 삼성패션연구소장 =섬유제품산업은 디자인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디자인력 향상을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소재및 염색가공업체의
기술력 개발도 매우 시급한 형편입니다.

소재를 패션트랜드와 연계시킬수 있는 소재전문인력을 육성할수 있도록
전문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의 일환으로 직물 디자이너 등 패턴을 연구하는 인력을 양성할수 있는
4년제 전문대학 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 볼수 있겠죠.

소재를 정확히 파악해야 제품의 특성에 맞게 디자인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소재디자이너들은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활동해 왔는데
업체들은 이들 현장기술자를 확보하는데도 매우 어려움을 겪은게 사실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소재디자이너 등 패션전문인력을 양성하는 4년제 전문대학
과정을 운영, 이들을 의상디자이너와 같은 대우를 해주고 있습니다.

소재디자이너들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의상분야와 아울러 소재분야도 균형적으로 발전할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안윤정 사라 사장 =의류산업은 제조기술 중심에서 지식정보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지식이 점차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제조기술이 고급 감성정보와 만났을때 고부가가치의 상품이 태어날수
있습니다.

이제 패션은 단순한 제조업에서 벗어난 첨단 서비스 산업이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인건비가 많이 오르면서 더이상 대량생산위주의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게 됐습니다.

감성정보를 바탕으로 한 첨단 3차 서비스산업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습니다.

현역 디자이너로서 현장에서 뛰면서 느낀 점은 우선 패션쇼의 상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패션쇼를 통해 한국 디자인의 수준을 세계시장에 알릴수 있는
대대적인 홍보작업도 동시에 수행돼야 합니다.

이와함께 공장자체가 시내에서 가동될수 있도록 무등록공장을 양성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섬유소재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소재의 개발이 있어야겠지만
이미 개발된 소재의 활용방안도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자동화시설을 갖춘 공장을 양성화해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를 통한 섬유소재
의 다양한 활용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 세계적인 디자이너 육성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지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디자이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브랜드가 탄생할때 패션산업이
한 단계 발전할수 있습니다.

<>이일규 통산부 산업디자인 과장 =섬유제품산업에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과연 한국의 디자인 수준이 어디에 와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상반기
에 의류업체를 방문해 면접에 의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신사복 숙녀복 와이셔츠 내의류 등 의류산업에서 디자인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었죠.

이 조사에서 디자인이 의류산업에 미치는 기여도는 약 50~60%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수준은 이태리나 일본과 비교할 때는 60~70%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독창적인 디자인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한국의 디자인은 이태리나 일본의 80년대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의류산업은 수출은 감소하고 수입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디자인수준을 한단계 높이면 수출을 증가시키고 수입을 감소시킬수
있습니다.

디자인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코디네이터 등 전문인력을 적극 육성하고
색채 인체공학 감성분야 광고 등 디자인 관련 각종 분야의 연구수준을
한단계 높일수 있도록 연구기관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또 선진국 교육기관과의 협조체제 구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박장관 =통산부에서는 패션디자인을 포함한 산업전반적인 디자인력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산업디자인 관련법 개정과 함께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등 디자인 관련
기관의 확대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디자인에 관한 기초연구는 정부기관에서 수행하고 응용연구는
민간이나 대학연구기관 등에서 담당하는 체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력 향상을 위한 각종 진흥활동은 물론 전시회 등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고 연구 개발을 위한 지원및 진흥업무에서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입니다.

법개정과 더불어 한국디자인포장개발원을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산업디자인센터 건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부터 예산을 확보해 부지를 모색할 예정이며 각종 아이디어를 모아
세계적인 디자인센터로 성장시켜 나갈 작정입니다.

<>백갑종 신원 사장 =신원은 7개의 숙녀복 브랜드를 중심으로 여성의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섬유업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산업체가 영세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영세성으로 말미암아 전문인력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자인 소재디자인 칼라리스트 패터너 코디네이터 등이 매우 부족한 실정
입니다.

패션산업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를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소비자로
부터 사랑받을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사랑받는 제품만이 이탈리아나 불란서 등 패션선진국에도 통할수
있습니다.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우선 패션 전문인력을 양성할수 있는 패션전문대학을 설립해야 합니다.

각 분야별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수 있는 기관이 필수적이기 때문
이죠.

또 패션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합니다.

패션은 국민의 생활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는 첨단산업입니다.

이를 위한 정부당국과 언론매체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겠죠.

<>최영주 팬코 사장 =지금까지 패션과 디자인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저는 섬유제품산업에서 국내 제조기반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섬유산업의 기초 기술부문인 염가공업체중 일정한 수준에 올라 있던
3개 업체가 도산하는 등 국내생산 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한국은 의류 수출국가에서 수입국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의류산업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안정적 생산인력 공급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성장할수 있는 여력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바침이 있어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금융기관 또한 섬유업종을 바라보는 냉냉한 시각을 바꿔 첨단
설비투자 등에 대한 과감한 자금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서사현 통산부 생활공업국장 =우선 섬유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섬유산업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 선진화가 가능한 첨단생활 문화사업
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합니다.

정부가 12월3일 예정하고 있는 패션대전 등은 섬유산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수 있도록 국제적인 수준으로 치를 계획입니다.

아울러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생산설비 자금규제
철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업종간 또는 산학연간 협조체제를 구축해 종 더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방침입니다.

<>신홍순 LG패션 사장 =섬유업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이 위기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회로 살릴 수도
있습니다.

한국 패션산업의 역사는 20년에 달하고 있으며 품질도 국제적인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패션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패션코리아"에 대한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패션산업의 문제를 집약해 국가적인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수 있도록
범국가적인 "패션코리아 전략수립기획단"을 조직할 것을 정부에 제안합니다.

각 부문별로 자기의 역할을 수행할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엘리트
그룹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민관 합동으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할수
있는 기획단을 창설하는 겁니다.

특히 행정부서에서부터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업체와 컴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뤄질수 있도록 실무자급을 포함한 전문
인력이 정부내에 축적돼야 합니다.

<>김대유 재정경제원 조사홍보과장 =섬유는 한국 전체산업에서 고용부문
17% 수출물량부문 15%를 차지하고 있는 비중있는 산업입니다.

정부도 섬유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장래를 보더라도 섬유는 지식산업으로 매우 유망한 산업입니다.

정부는 통산부를 중심으로 현재 벌이고 있는 경쟁력 10% 강화운동의 일환
으로 시중금리 인하 등 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수 있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박장관=19회에 걸친 신산업 민관협력회의 동안 섬유산업에 있어서 원료.
사 직물부문에 이어 세번째로 섬유제품산업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의류.패션산업은 과거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수출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는
한차원 높은 패션디자인 개발을 통한 새로운 경쟁력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국내시장 자체마저 외국 패션제품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을 감안해
한차원 높은 세계적 패션디자인 기술이 필요한 때임을 인식하고 정부 학계
업계가 공동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 정리=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