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공기업이 매각보류로 결정이 나면서 경제계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실무총책인 정덕구 재정경제원 기획관리실장에게 그 배경을 물어보았다.

-당초 공기업을 팔아 SOC투자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취지가 퇴색한 것으로도
보이는데.

"민영화 목표와 전략, 과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매각대금을 SOC등 공공재에 투입한다는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대규모 공기업의 경우 내년에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한다는데, 어떤 사람들
이 전문경영인인가.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경영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도 경영을 잘하는 분들도 있다.

전문경영인을 초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게 당장은 시급하며 그이후
인사얘기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사외이사나 주주협의회를 두는 방안도 있는데 최고경영인이 적정인물이
아닐 경우 사외이사들이 임명을 거부토록 하면 어떤가.

"사외이사와 주주협의회의 권한에 대해서는 앞으로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심도있게 따져봐야 할 것이다.

최고경영자 선임의 투명성과 관련, 누구는 안된다, 공채로 하겠다는 등의
논의보다는 제도를 제대로 갖춰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담배부분과 인삼부분을 분리해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됐는데 이번에 채택되지 않은 이유는.

"인삼부분 별도 매각은 인삼경작자들에게 연리 5%로 지원했던 수천억원의
자금을 총괄인수하는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인삼부분은 결손이 나는 분야이다.

따라서 매수희망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어 민영화는 그만큼 늦어질 것이다.

분야별 매각은 조기 마무리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신중히 검토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분리하지 않기로 했다"

-담배인삼공사를 경쟁체제로 가져 가겠다고 했는데 여러회사가 생길수
있다는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독점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경쟁체제가 되려면 잎담배 경작농 보호나 담배인삼공사의 기구축소등이
전제가 된다.

특히 여러회사가 생겼을 때 외국의 대형담배회사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앞으로 담배인삼공사에서 혁신계획을
짤 것이다.

경쟁체제 도입의 관건은 수매때 어떻게 농민들을 보호할 것인가이다"

-공기업들의 이사장제는 어떻게 되나.

"앞으로 공기업들은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의 적용을 배제할 방침이다.

공기업들이 투자기관이 아닌 출자기관이 되면 이사장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가스공사 지분매각은 왜 2003년 이후에나 이뤄지는가.

"가스분야 경쟁체제는 배관망구축(2003년)이후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경쟁체제가 돼서 공공성이 없다면 벽지등에는 배관망이 들어갈 수
조차 없을 것이다.

가스공사가 2003년까지 배관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시한을
경영혁신으로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

-정치일정과 관련, 이번 방안이 연속성을 갖겠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특별법등 필요한 법령과 제도등을 갖출 것이기 때문에 민영화체제는
연속성을 가지고 구축될 것으로 본다.

민영화추진을 위한 특별법제정은 정부의 의지이다"

-중소규모 공기업의 매각일정이 투명치 않다는 얘기도 있다.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매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공기업에서 얼마나 손을 터는지 두고 보면 알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