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기업민영화정책이 전면 수정됐다.

중소형공기업은 민간에게 매각하되 담배인삼공사등 대형공기업은 지분매각
방침을 사실상 철회, 소유권을 정부가 계속 보유한채 전문경영권체제로
이행시키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소유권을 넘겨 경영혁신을 꽤하겠다는 당초 방침을 번복, 공공부문 개혁의
한쪽축이 무너진 결과가 됐다.

당초 정부는 지난 93년 민영화계획을 수립,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0개 공기업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듯 <>경제력 집중 <>증시 침체 <>이해관계자
문제등이 복잡하게 얽혀 추진이 지연돼 왔다.

현재까지 민영화대상기업수의 27.6%인 16개사만이 정부지분매각을 완료했다.

또 통폐합대상기업도 절반인 5개사만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간의 실적이 기대에 미흡한 것을 감안, 김영삼대통령은 지난 6월 17일
공기업의 민영화와 경영혁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제시까지 했다.

나웅배전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지난 7월 2일 하반기경제운영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담배인삼공사를 민영화해 그 자금을 사회간접자본투자에
쓰겠다"고 후속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8월말까지 공기업민영화및 경영혁신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8월 8일 개각에서 경제팀라인인 한승수부총리 이석채경제수석
으로 바뀌면서 대선을 앞둔 정치적인 부담감이 높아지면서 공기업정책은
매각보다는 경영효율증진쪽에 중심이 옮겨졌다.

곰곰히 따져보니까 너무 부담스럽다는게 방향전환의 속내다.

정부는 대형공기업을 출자기관으로 전환할 경우 인사및 예산편성에서 정부
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되는데다 투명한 기준에 의해 엄선한 전문경영인에게
독립적인 경영권과 이에따른 책임을 부여하면 경영효율이 높아질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를 수렁에서 건져낸 아이아코카잘은 슈퍼스타의 활약을 기대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전문경영인의 범위와 선임에서 정부입김이 어차피
들어갈수 밖에 없어 "낙하산 인사" 관례가 재발될수 있으며 설사 유능한
사람을 임명해도 경작자보호 정부재정지원등 각종 현안을 갖고 있는 대형
공기업의 경영혁신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대형공기업의 경영혁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만큼 특별법에
상세한 경과규정을 마련하지 않는한 정권교체과정에서 공기업정책의 틀이
또 다시 바뀔 우려가 크다.

새한종금의 매각 지연사례가 증명하듯이 중소공기업의 민영화도 정부가
매각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하지 않는한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
된다.

정부는 그간 공기업민영화란 뜨거운 감자를 먹겠다고 한창 달구어 놓고
나서 막상 화상을 입을 것을 우려, 공중에서 놓아버린 꼴이 정치적 후유증
이나 경제력 집중등 지엽적인 부담이 본질을 번복시키는 사례가 계속되는한
개혁은 한낱 구호에 그치고 말것이라는게 경제계의 중론이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