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11월이다.

이제부터 수은주는 "영하"를 향해 본격적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도로변을 따라 늘어선 가로수 주변에서는 "가을 마감"을 예고하듯 낙엽들이
바람에 휘날린다.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는 최상의 계절이다.

도심을 벗어나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수 있는 변산반도를 찾아가 보자.

전라북도에 위치한 변산반도는 지난 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아직까지
사람의 손발이 덜 닿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바다를 끼고 도는 외변산도 절경이지만 내륙으로 자리잡은 내변산은
국립공원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나타낸다.

요즘 변산반도 일주길은 탁 트인 시원함으로 늦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다가선다.

해변을 따라 이어진 국도를 달리다 보면 따사로운 햇살아래 코를 찌르는
갯내음 등이 뒤섞여 드라이브의 맛을 한껏 즐길수 있다.

또한 해변도로 곳곳에 대하(왕새우) 즉석구이집과 각종 젓갈 판매장이 있어
먹거리와 쇼핑을 겸할수 있다.

변산반도 일주는 호남고속도로 태인IC에서 빠져나와 부안군으로 진입,
30번 국도를 타고 시작된다.

부안읍을 벗어나 장항리에 이르면 새만금 간척지 공사현장을 만날수 있다.

군산~선유도~부안을 잇게 될 새만금 간척지는 오는 2004년 완공을 목표로
한창 공사중인데 해변언덕에 전망대를 겸한 새만금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간척지 입구에서 30번 국도를 버리고 부안댐으로 향하면 변산온천을 만날수
있다.

변산온천은 올 봄에 개장한 온천으로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척지를 지나 30번 국도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백사청송의
아름다운 해변이 일품인 변산해수욕장을 비롯, 고사포 해수욕장 등이 잇따라
나타난다.

저녁무렵엔 황금빛 낙조로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이는 곳이다.

특히 도로 곳곳에 왕새우 즉석소금구이 석쇠구이 등의 플래카드를 내건
집들이 연이어 나타나는데 엄지손가락 굵기만한 새우를 1kg(평균 30마리)에
2만~3만원을 받고 구워판다.

별미를 맛볼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격포항의 채석강은 빼놓을수 없는 곳.

채석강은 이태백, 적벽강은 소동파가 노닐던 중국의 채석강과 적벽강처럼
경치가 아름답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하천이 아니라 주름진 바위와 절벽을 의미하는 말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있어 자녀들의
자연학습장으로도 좋다.

격포를 지나 계속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모항이라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안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모항일신관광농원(0683-84-8867)은 콘도식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고
싱싱한 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항에서의 해안절경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곰소만을 오른쪽에 끼고 해안경치에 취해 달리다 보면 내소사 입구에
닿는다.

내소사는 신라때 창건된 고찰로 대웅보전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고려동종, 법화경절본사본 등의 보물과 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절 뒤쪽으로는 계곡이 이어지고 직소폭포 옥수담 등의 명소들이 나타난다.

내소사에서 나와 동쪽으로 달리면 줄포에 닿는다.

줄포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다시 부안으로 가게 되고 남쪽으로 향하면
고창이나 선운산 등지로 여행할수 있다.

< 김형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