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국악인 오갑순씨(55)가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판소리로 꾸며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작가 김병준씨가 구성하고 오씨가 작창한 창작판소리 "부처님전"
음반을 내놓고 이를 기념하는 공연을 11월3일 서울 KBS홀에서 갖는 것.

"박동진 선생님의 판소리 "예수전"을 듣고 저도 불자로서 부처님의
일생을 우리가락에 담아보고 싶었어요.

어려운 불교용어와 난해한 설법을 쉽게 풀어 불자뿐 아니라 일반대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어서 가사를 짓는 데만 1년가까이 걸렸고 작곡.
편곡에 3년여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부처님전"은 총 1시간정도 길이에 석가모니의 탄생에서부터 구도
깨우침 중생구제 열반의 길에 이르기까지 전생애를 한국적 운율에 담았다.

일단 전통적인 판소리어법으로 작곡한 뒤 가야금병창으로 옮기고
국악기와 양악기로 혼성반주단을 편성, 전혀 새로운 창작국악으로
편곡했다.

"국악애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고
가사 또한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정확히 발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박힌 그는 앞으로 부처님께 음성공양하는 마음으로
각지방과 오지의 사찰들을 방문, 자선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는 "부처님전"에 이어
제자들과 함께 펼치는 흥겨운 민요창과 풍물굿도 선보인다.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오씨는 강도근 박초월 성우향 등 당대 명창들에게
사사했고 박귀희씨로부터 가야금병창을 배웠다.

83년 제1회 전국국악대제전 가야금병창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90년에는 한국국악공로상을 수상했다.

80년대에는 TV국악프로그램에 단골로 출연, 화려한 의상과 세련된
매너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