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손의 김기문사장(42)은 창업 8년만에 로만손을 시계업계 빅3로
진입시킨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창업원년인 88년보다 47배나 불어난
174억원.

올해는 250억원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타업체는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거나 정체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90%이상이라는 매출증가율은 경이롭기만 하다.

수출실적은 지난해 960만달러.

올해는 1,300만달러로 1,000만불수출탑을 수상할 예정이다.

시계업계에 몰아닥친 불황의 회오리가 유독 그만을 피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사장은 디자인의 집중개발과 과감한 인재양성을 첫번째로 꼽는다.

그는 창업 다음해인 89년부터 일찍이 디자인팀을 별도로 두고 디자인에
제품의 승부를 걸어왔다.

후발주자로서 디자인이 뛰어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해마다 매출액의 5%가량을 디자인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과감한 디자인부분에 대한 투자로 이회사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은
타업체보다 평균 3배가량 길다.

강력한 디자인파워는 타업체보다 한발 앞서 흐름을 파악하면서도
장기간 히트할 수 있는 제품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업체 최초로 3년연속 GD마크와 SD마크를 획득한 것도 이같은
디자인파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원들에게는 수시로 해외연수 기회를 제공한다.

시계분야에서는 세계각국의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이 있어야만 경쟁력있는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인적투자가 결실을 거둬 1인당 매출액이 타업체보다 3배가량
많은 3억원을 웃돌고 있다.

특이한 해외영업전략도 고속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김사장은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자유무역항을 우선적으로 집중공략
했다.

그결과 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파나마 이스탄불등에서는 "로만손"이라는
브랜드가 국내보다도 더 잘 알려져있다.

나아가 이들 무역항에서 다진 브랜드인지도는 인접국가의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이제는 수출비중이 전체매출의 절반을 웃돌 정도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로만손시계"라는 이회사의 광고문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치밀한 계획과 이를 반드시 실천하는 경영방침도 색다르다.

그는 모든 직원들에게 1일에서부터 1주일 1년 10년계획까지 세우고
이를 실천하라고 항상 격려한다.

창업때부터 몸에 밴 이 습관으로 항상 목표달성기간을 30%가량 앞당기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김사장은 이제 세계적 브랜드인 스위스의 론진 오메가 라도등과 일전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한판승부를 벌이기 위한 선봉장으로 순수 국산부품을 스위스현지에서
조립생산한 야심작 "엘베"를 내놓았다.

내년부터는 그동안 해외에서 다져놓은 브랜드인지도를 바탕으로 안경
장신구 가방등으로 사업분야를 본격 확대해 나갈 구상이다.

"장기적으로 각국에 로만손 전문매장을 설립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힌다.

예정 시기는 2010년.

그 꿈이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은 그보다도 직원들이 더욱 강하게 갖고
있다.

<류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