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이 뜬다"

900MHz 전화기가 무선전화기시장과 슈퍼마켓에 "뜨고" 있다.

훨씬 길어진 통화거리와 혼선이 거의 없는 뛰어난 통화감도를 앞세워
무선전화기시장의 강자로 단숨에 떠오른 것이다.

특히 "옆집에 가 있어도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도 통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며 가정필수품으로서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 판매된 900MHz 무선전화기는 27만3,000대로 130만7,000대가
팔려나간 전체 무선전화기 시장의 21%를 점유했다.

이같은 성장세는 계속 이어져 지난 9월 이미 점유율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 수치를 지난 94년의 1.3% 및 95년의 5%와 비교해보면 시장이
폭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판매량에서도 94년 3만4,000대, 95년 12만대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에만
80만대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LG전자측은 이같은 성장의 이유로 2~3배이상 넓어진 통화반경, 월등한
통화감도를 들었으며 가격면에서도 기존 46/49MHz 무선전화기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점이 한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900MHz 전화기는 가정을 이미 차지했으며 차츰 사무실로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건물내에서 이동이 잦은 임원들에게 이
전화기를 지급, 필요할 때 어디에서나 연락이 가능하도록 했다.

900MHz 무선전화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이다.

현재 900MHz 무선전화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한창
태광 맥슨 나우 등 10여개사.

이중 삼성전자가 상반기에만 14만대를 판매해 900MHz 전화기시장의 51%를
점유했으며 LG전자가 7만6,000대(28%)를 판매해 뒤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전자는 일반 무선전화기의 경우 18만5,000대를 판매, 이
분야에서는 4위에 그쳤으나 900MHz 전화기 시장에서는 1위를 추격하는
저력을 과시.

업계는 시장의 급팽창을 고려할때 연말까지 900MHz 전화기 생산업체는
총 2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업체들은 앞으로 벌어질 치열한 경쟁에 대비해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들은 유선기능을 기본으로하고 외출중 녹음을 위해 테이프 대신에
DSP(디지털신호처리)칩을 장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수화기를 잘못 놓아도 신호가 오는 "안심기능"을
내장한 전화기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LG전자는 곡선을 벗어나 직선을 위주로한 디자인을 도입, 900MHz 시장의
강자라는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전자도 최근 초대형 LCD(액정표시소자)를 부착하고 수화기에도
양방향스피커를 부착해 자동통화가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며 의욕적으로
시장에 참여했다.

업계전문가들은 당분간 업체들이 이같은 기능경쟁을 통해 900MHz
무선전화기 시장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될 내년에는 업체들이 통화거리를 늘리는
한편 일반무선전화기와 가격차이가 없는 900MHz 전화기를 개발, 가격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따라 슈퍼마켓은 물론 집과 가까운 시장 등에서 900MHz 무선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쇼핑중인 주부는 흔한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