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간판기업인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코자 하는 대우전자의
계획이 톰슨사 노조와 프랑스 현지언론들의 반발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에 부닥치면서 앞으로의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현지
여론의 직접적인 반대에 부딪친 첫번째 케이스라는 점에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외신을 타고 들어오는 프랑스 현지 상황은 그리 간단치 만은 않아
보인다.

톰슨이 대우에 인수되는 것을 막겠다는 프랑스 기업가가 나타나는가
하면 프랑스 사회당 당수인 리오넬 조스팽은 24일(한국시간)"톰슨
매각건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며 톰슨그룹의 민영화
계획자체를 중단하라고 프랑스정부를 위협하고 나섰다.

이는 프랑스 재계와 정계에서도 대우의 톰슨인수에 대한 반대여론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

정작 당사자인 대우전자측은 이에 대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며 느긋한 분위기다.

양재열 대우전자사장은 "프랑스측의 인수심사과정이 공정했기 때문에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인수절차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 체류중인 배순훈 회장도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계획은
불변"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현지의 부정적 여론은
그저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는 게 대우측의 분석이다.

"프랑스 간판기업을 한국의 전자업체가 인수하려하는 데서 자존심이
손상된 것에 불과한 것"(대우전자 관계자)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톰슨의 직원들이 갖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대우는 5천명의 신규고용 창출을 약속했으나 노조측은 이에 대해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8천억원 가까운 부채를 떠안고 있는 톰슨멀티미디어의 경영을 빠른
시일에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감원 등 리스트럭처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대우는 이에 관한한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TV라인 투자예정분을 프랑스 현지공장으로 돌리면 "증설"과
"현지고용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

어쨌든 대우의 톰슨인수과정에서 나타난 잡음은 그 자체로 한국기업에게
한가지 교훈을 주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외국기업을 사들일 때는 현지인들의 정서를 세심하게 헤아리는 "현지화
전략"이 인수준비단계에서부터 필요하다는 게 그것이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