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악기부도는 한마디로 사업다각화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지난 90년 고 이효익회장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계열사들이 그동안
적자를 누적시키면서 주력기업인 삼익악기에 계속 타격을 가해 왔다.

이때 인수한 우성기계 삼송산업 송우물산등 7개 계열사는 지난해부터 이미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

특히 삼익악기의 1백% 투자회사인 에스아이가구는 지난해 자본금 66억원
보다 더 많은 71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같은 계열회사의 적자누적이 주력기업인 삼익악기까지 무너뜨리게 된
셈이다.

이같은 계열사의 경영난을 해소키 위해 창업2세인 이석재회장이 의욕적으로
신규사업을 펴면서 계열사 처분을 서둘러 왔으나 이를 사려는 사람이 없어
해결하지 못했다.

인천 간석동부지중 일부를 매각하는등 62억원의 특별이익을 계상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

이번에 부도를 낸 우성기계도 매각처분키로하고 올봄부터 구매자물색에
나섰으나 부동산경기침체와 기업설비투자의욕저하로 살사람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 3천6백%를 넘어선 부채비율과 16.4%에 이르는 금융비용부담이
악기부문의 생산성까지 떨어뜨렸다.

이로인해 주력기업인 삼익악기도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6월말현재 19억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삼익인도네시아가 지난해 4억여원의 흑자를 냈으며 삼익뮤직이 6억
5천만원의 흑자를 내긴 했어도 그룹전체의 금융기관여신이 2천8백30억원에
이르러 전체적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해 내지 못했다.

삼익악기가 인천 부평에 대규모공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인도네시아에
18만평이상의 땅을 가지고 있는데도 이번 부도를 막지 못한 것은 내실을
위한 정리를 한시바삐 처리하지 못한 것도 한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이석재회장이 사업을 물려받은 후 적자회사를 정리하기보다는
삼익뮤직설립을 비롯 에스아이가구의 패션화및 아르떼패션피아노의 양산화등
신규사업에더 의욕적인 것이 결정적인 실수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부도는 납품하청업체와 보증채무업체의 피해로 이어져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공장의 확대에 신경쓰느라 국내부문을 등한시한데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번 삼익악기 관련회사의 부도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곳은 삼익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삼익악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약 4백여개사.

이들 기업이 납품하는품목은 피아노용의자를 비롯 튜닝핀 펠트등 다양하다.

업계관계자는 이들 하청업체들의 연간 납품액은 약 6백억원규모에
이르는데다 최근들어서는 삼익계열사들이 장기어음을 발행해 주는 형편
이어서 납품업체들의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피아노부품업체들은 연쇄부도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

이번 부도로 삼익피아노를 판매하는 대리점들도 다소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부도여파로 삼익피아노의 선호도가 줄어 판매위축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에스아이가구의 타인보증채무가 1백70억원에 이르는등 그룹전체의 채무
보증이 7백억원을 넘어서고 있어 채무보증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상당기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관계자들은 "일부 계열사는 아직 튼튼한 상태여서 삼익악기측이 앞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이치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