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 자동차종합기술 연구소"의 준공은 현대자동차가 30년간의
양적팽창 전략에서 벗어나 질적향상의 새로운 성장틀로 전환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정몽규현대자동차회장은 이날 중공식에서 "남양종합연구소를 중심으로
2000년까지 5조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생산규모 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혀 질적성장에 중점을 둘 것임을
예고있다.

사실 현대는 지금까지 생산능력 확충에 중점을 둬왔다.

2000년까지 국내외에 연2백20만대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10대 메이커로
올라선다는 "GT(Global Top)-10프로젝트"을 강력히 추진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현대는 그러나 최근 이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양적팽창만으로 현대자동차가 진정한 의미의 10대 자동차메이커 반열에
올라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는 질적성장이 전제돼야 양적성장도 가능하다고 보고 기획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생산 판매 관리 등 모든 과정의 질적성장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수립에 나섰다.

그 첫번째 방안이 남양종합연구소 준공과 함께 발표된 2000년대
장기 연구개발 발전계획이다.

남양종합연구소는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 확보한 국내외 11개 연구소의
"키 스테이션(Key Station)"이다.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11개 연구소를 살찌워 2000년까지는 세계
최첨단 수준의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 계획의 골자다.

현대는 우선 현재 6천4백명의 연구인력을 5년내 1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계획이 달성되면 전체 임직원에서 연구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수준으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연구개발 투자도 늘려 현재 매출액 대비 5.3% 수준인 R&D투자를
2000년까지 8%대로 높일 계획이다.

5년간의 누적투자는 5조원에 이르게 된다.

연구인력 확충 및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현대는 우선 안전성
향상에 주력하게 된다.

CAE(컴퓨터지원설계)해석을 통한 차체 충돌시험을 신차개발에 완전히
적용해 안전도를 높이는 동시에 신차개발기간을 현재 34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키로 했다.

또 측면에어백 및 후면에어백을 독자기술로 개발해 98년부터 대형승용차에
적용하며 인공지능자동차를 비롯한 20개 차세대 기술을 선정해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비향상을 위해서는 차체구조 최적화와 알루미늄 등 신소재를 개발해
경량화와 원가절감을 가속화하며 가솔린 직접분사엔진을 개발해 연비를
15% 높일 예정이다.

저공해 자동차 분야에서는 이미 시험운행중인 천연가스자동차를 98년
양산에 들어가며 전기자동차도 생산원가를 대폭 낮춰 2000년까지
실용화하기로 했다.

차량의 고성능화를 위해서는 ABS와 TCS(마찰제어장치)를 함께 제어하는
통합제어시스템을 개발하고 고유모델 5단 자동변속기도 실용화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디트로이트와 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일본
요코하마에 있는 해외연구소도 확대 개편, 글로벌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 남양=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