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를 살때 신용평가회사의 신용평가
결과를 믿지 않고 보증기관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어 신용평가회사의 입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9월말까지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개 신용평가회사의 무보증회사채 평가건수는 162건을
기록, 지난해 397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평가회사들의 평가수입도 지난 9월말까지 13억3천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1억1천만원보다 무려 17억8천만원이나 줄어들었다.

무담보기업어음(CP) 평가건수도 지난 9월말까지 1,53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27건의 94%에 그쳤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2~3년동안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등급이 좋았던 덕산
우성 건영 등 대기업들의 부도가 잇달으면서 투자신탁회사 등 기관투자가들
이 신용평가회사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발행되는 무보증회사채의 매수를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투신사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가 우량 등급판정을 내린 회사들중 부도가
종종 발생한다"며 "더구나 무보증채는 유통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아 끝까지
안고 있어야만 해 왠만해 가지곤 매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 대한 국민 등 서울소재 3대투신사들은 최근 무보증채를 살때 임원진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등 무보채 인수규정을 까다롭게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말부터 한국보증보험 대한보증보험 등이 보증수입 확대를 위해
수수료를 대폭 인하한 것도 평가사들의 입지를 흔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국신용정보의 한 관계자는 "보증보험회사들이 지난해말 보증수수료를
발행액의 0.3%에서 0.1%수준으로 내렸다"며 "평가사들의 평가수수료도
0.1%수준이라 기업체들이 굳이 무보증채권을 발행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들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유공 대우 쌍용양회 등 신용도가
우수한 기업들이 업체보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보증보험사에서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나고 있다.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