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회적이냐 아니냐.

18일오후 프레스센터 19층에서는 유부남 유부녀의 사랑이 TV드라마의
소재가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뜨거운 공방이 펼쳐졌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가 MBCTV 월화드라마 "애인"의 방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사회현상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러나 우리
사회 정서상 "불륜을 내용으로 한 TV드라마는 아직까지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결론났다.

주제발표를 맡은 안정임 순신대교수는 "애인"이 모처럼 30~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을 지니지만 의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눈길만 끌고자 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지적
했다.

안교수는 "가정과 사랑을 대립구도로 만들어 버린 것이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이라면서 주인공들이 선을 넘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드라마는 결말과 상관없이 사회전반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장은 "정당한 절차에 의해 가정을 이룬 부부가
한쪽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죄악"이라며 드라마가 이를 조장
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진교훈 서울대사대교수는 "방송매체가 낮은 수준의 대중에 영합해 드라마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애인" 사태를 계기로 드라마소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승수 MBC제작국장은 "드라마는 드라마적 소재의 차별성
우선적으로 생각한다"며 따라서 "애인"은 드라마소재의 신선한 지평을
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