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멀티미디어부문 인수를 계기로 대우는 단숨에 세계 TV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주력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우선 TV생산량만을 보더라도 그렇다.

톰슨멀티미디어는 전세계 현지공장에서 연간 800만대의 컬러 TV를 생산하고
있다.

대우의 생산량(800만대)을 합하면 연간 1,600만대의 TV 생산체제를 갖춘
초대형 기업이 생겨난 것.

TV시장 선두를 다투는 소니(연간 1,200만대) 필립스(1,000만대) LG-제니스
(1,000만대) 등과 비교해 양적인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단순히 컬러TV의 생산량에서만이 아니다.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능력에서도 대우는 세계 선두업체의 자리에
올라서게 됐다.

톰슨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파워야말로 이 회사의 진정한 힘이자 가치
이기 때문이다.

북미시장에서 TV시장점유율 16.5%로 1위를 달리고 있는 "RCA" 브랜드나
유럽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톰슨" "텔레풍겐"등 10여개 브랜드를
대우는 이번 인수를 통해 고스란히 소유하게 됐다.

이는 대우가 세계 영상기기 시장의 메이저그룹으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를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대우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업체가 아직도 미국 등 선진국시장
개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의 시너지 효과는
두드러진다.

톰슨의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능력은 대우전자가 미국과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실질적인 교두보이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톰슨이 전세계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200여개 이상의 지사망과
연구소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는 톰슨멀티미디어의 흑자전환계획과 관련, 방만한 생산체제를 단순화
하고 미국시장에 집중된 판매망을 아시아와 동구권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87년 미국의 RCA를 인수한 톰슨은 이제 한국의 자본력과 프랑스의
브랜드력, 미국의 기술력이 합쳐진 "복합 기업"으로 새로 출범하게 됐다.

세 부문을 어떻게 조율하고 관리하는지 여부가 대우의 톰슨인수 성패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만은 틀림없다.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