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핫코일 가격의 인하를 문제삼고 나온데는 우리 정부의 생색내기가
빌미가 됐다.

철강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했음에도 정부가 자신들이
유도한양 과대 포장해 발표함으로서 미국의 시비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경쟁력 10% 높히기" 추진방안에서
정부투자기관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의 공급가격을 최대한 낮추겠다고
밝힌 뒤 그례로 포철의 핫코일값 8%인하를 그 예로 꼽았다.

포철의 핫코일값 인하방침은 포철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인데도 정부는
마치 자신들이 그렇게 유도한 것인양 발표했다.

미국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다.

하지만 포철의 핫코일값 인하는 정부발표 이전인 지난달 23일 결정됐다.

그나마도 모든 제품이 아니라 광양미니밀에서 생산되는 제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포철은 미니밀에서 나오는 핫코일은 고로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만큼 판로확보를 위해서는 값을 낮게 책정할 밖에 없으며 정부의 요청이나
압력은 물론 없었다고 밝혔다.

철강업계는 업계 자율로 가격을 결정한 것인만큼 충분히 설명하면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정부 스스로 가격조정을 한 것처럼
발표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우려를 하고 있다.

< 이희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