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에서 10여년간 지점장생활을 마무리 짓고 얼마전 퇴직한
박종실씨(55).

박씨는 현재 후배들이나 주위사람으로부터 "원로"로 불린다.

50세가 넘긴했지만 단지 나이때문에 원로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박씨가 원로소리를 듣게 된 것은 지난 8월말 중소기업청 산하로
새로 발족한 원로봉사단의 금융.자금분과위원을 맡으면서부터이다.

원로봉사단은 고급퇴직인력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중소기업이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대학교수 기업체사장 금융기관간부 변호사 외무부대사등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은 유능한 인력이 주
구성원으로 돼 있다.

봉사단원의 수는 현재 590명으로 중기청내 중앙원로봉사단에서 315명이,
부산 대구 인천 광주등 11개 지방중소기업청에서 275명이 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상담을 맡는 분야는 금융 세무 기술 무역 통역 환경 창업
및 입지 투자분석등 중소기업의 경영전반에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한 애로사항이다.

봉사단은 현재 경총에서 개설한 고급인력정보센터와 상호 전산망을
연결시켜 취업알선기능도 병행하고 있으며 봉사단원중 취업의 기회를
얻어 중소기업의 공장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박씨는 얼마전 자신에게 상담을 요청했던 울산의 우성기업사(대표
황하용)의 예를 들며 보다 많은 중소기업이 원로봉사단을 이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이 회사는 추석전 주거래은행으로부터 그간의
대출금만 상환하면 추석때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언질을
받았다.

황사장은 이말을 믿고 연체금 9,000만원을 상환했지만 은행에서는
추가대출을 검토한적은 있지만 뚜렷한 매출증가도 보이지 않는 회사에
또 돈을 빌려주기는 어렵다는 식으로 한발짝 물러났다.

이렇게 되자 당장 추석때 직원들에게 월급과 보너스주는 일이 막막해졌다.

지점장생활을 10년간 했던 박씨는 이 문제의 경우 상호 커뮤니케이션만
제대로 되면 충분히 풀릴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직접 주거래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금융기관의 시스템을 훤히 꿰뚫고 있는 박씨의 조리있는 설득으로 결국
이 은행은 우성기업에 추가대출을 승인했다.

박씨는 "중소기업들에 가장 큰 어려움인 금융문제의 경우 조금만 은행
내부시스템에 대해 알고 있으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각 부문별 전문가로 구성된 봉사단원들만 적절히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