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동안 못난 우리를 돌봐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11년동안의 길고긴 법정관리를 종료한 서울엔지니어링의 오세철사장은
짧은 말로 감회를 대신한다.

알미늄등의 합금 주물업체인 서울엔지니어링은 견실한 성장을 계속한
끝에 지난달 23일자로 법정관리라는 무거운 굴레를 벗어 던졌다.

부도는 당연히 파산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순전히 물품대금만으로
회사를 꾸려오며 이뤄낸 것이어서 지역업계에 잔잔한 파문을 던지고
있다.

"눈뜨면 불어나는 채무,채권자들의 불안한 눈빛, 근로자들의 걱정스러운
염려와 같이 부도당시에 맞닥뜨린 현실은 악몽 그자체 였지요"

80년대초 경기침체로 7억원의 빛이 25억원으로 불어난게 화근이었다.

고통스런 부도가 몰아닥친 84년당시 세계유수 기업에서 인정해 주는
기술을 끌어안고 자금때문에 주저않는 치욕을 감당하기에는 오사장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27억원의 부도금액을 수습하고 86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내 주먹을 바라봤읍니다 믿을건 이것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더군요"
채무 지급정지 조치로 한숨돌린 서울엔지니어링은 자동차부품, 항공기용
주조품, 제철소용 순동 주조품등을 거래 업체에 착실히 납품해 나갔다.

거래기업도 포항제철을 비롯, 대우중공업, LG기계, 삼성항공, 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제품에 고도의 기능과 엄격한 품질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납품이
불가능한 기업들이다.

근로자들도 부도이후 단하루의 조업중단없이 성실한 근무자세로
오사장의 이런 힘겨운 노력을 뒷받침 했다.

회생의 기미는 빨리 찾아왔다.

88년 중반 4천2백만원의 첫 흑자를 냈다.

"희미한 빛이 가슴속을 비껴나가는 기분이었어요.

겨우 지푸라기를 잡았다고 할까요" 89년부터 성장곡선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매년 20%이상의 매출증대를 기록, 올해 1백20억원을 기약한다.

부도당시의 32억원보다 4배가까이 증대한 것이다.

지난해엔 3억5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내년까지로 예정된 법정관리를 일년 앞당겼다.

법정관리중에도 매년 8억원이상의 기술투자를 했다.

전량 수입하던 제철소 고로용 냉각반, 풍구를 국산화했다.

3년전부터는 다국적기업인 독일의 만네스만, 만사에 주물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해 전세계에 수출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의 벨헬기사에도 항공기부품업체로 등록됐다.

특히 일본 미쓰비시사가 독점 공급하던 전동차의 디렉션 모터팬을
국산화, 미쓰비시에 역수출할 정도로 기술 정점에 도달했다.

"주인정신으로 꾸준히 개선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한다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실감했어요.

체험으로 강해진 거지요"

오사장은 요즘 생활이 즐겁다.

3년후 회사주식을 재단법인과 종업원, 재투자 재원으로 삼등분해
기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인천 = 김희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