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벽을 깨자] (21) 제3부 <2> '토지소유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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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에서 주방용기기를 생산하는 우성금속은 공장설립(90년) 이후
지금까지 만 6년째 공장 진입도로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국도변에서 공장까지 들어오는 1km 남짓한 도로가 문제다.
폭 4m인 진입도로를 6m로 넓히려면 인근 부지 3백평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처음 공장을 지을때는 시세의 3배인 평당 6만원에 사기로 합의했다.
다음해는 이것이 백지화됐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뛰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듬해는 평당 10만원으로 올려 협상했는데도 결렬됐다.
올 초 협상때는 20만원을 제시했지만 그마저 거부됐다".
우성금속 홍교선사장은 "이제 지쳤다"는 표정이다.
주민들이 땅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한가지다.
앞으로 땅값이 오를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먼저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기대수익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이걸 포기할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땅에 대한 한국인의 믿음은 이처럼 절대적이다.
이런 믿음은 이제 신화의 수준으로까지 격상됐다.
대도시의 아파트 주민이나 농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디에건
뻗쳐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땅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 땅만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한 몫 볼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땅은 일단 갖고 봐야 한다는 믿음.
이런게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토지소유 신화"의 실체다.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기업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심지어 정부까지 땅을
"소유"하려 한다.
토지소유의 신화가 만들어진 원인은 우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적 토지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국토중 공장용지나 택지 등으로 사용가능한 땅은 전체의 4.7% 수준
(건설교통부)이다.
또 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정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공장용지는
346평방km(전 국토의 0.3%)에 불과하다.
반면 농경지는 21592평방km로 전체의 21.7%다.
경제활동인구중 농업에 종사하는 계층이 1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지이용 구조가 "거꾸로"돼 있는 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정부 정책기조의 방향에 있다.
"토지 수요 관리"위주의 정책, 즉 산지나 농지의 개발을 유도해 전체
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수요를 묶는데만 정책 방향을 두었다는 얘기다.
현행 토지관련 법령은 총 13개 분야에 걸쳐 법률 125개, 시행령 119개,
시행규칙 93개, 기타 47개 등 모두 3백84개에 달한다.
이같은 규정은 대부분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조항들이다.
정부가 투기억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손쉬운 규제를 택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작 토지가 필요한 기업이나 실수요자들은 원천적으로 토지에
대한 접근기회를 봉쇄당했다.
"토지가 정작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못하면 땅값은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이규황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는 지적이다.
신규 공급조차도 원할하지 못하다.
공장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추가로 필요한 산업용 토지의 공급원은
농지나 임야(전 국토의 87.8%)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토지법령대로라면 기업이 농지나 임야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혀있다.
현행 농지법(6조)과 산림법(111조)은 농사를 짓거나 산림을 경영하는
목적외에 이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수요관리와 보전위주의 토지이용규제가 땅값 상승의 주 원인"
(양금승 전경련책임연구원.산업정책실)임을 알 수 있다.
한정된 토지에 수요는 폭증하니 가수요가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 활용할 토지에 대해서도 미리 확보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땅을 위장매입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의 연장선이다.
"어느 기업이 특정지역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문이 나면 절대로 그지역엔
공장을 짓지 못한다.
우선 지역주민들이 땅을 팔지 않는다.
한술 더 떠 토지 모리배들까지 몰려와 주민들을 선동한다.
운이 좋아 땅을 산다고 해도 시세의 몇배가 들어간다"(H그룹 기획실 이사).
편법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메카니즘이 있는 것이다.
공급부족-가수요유발-토지가격상승의 악순환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곧 실수요자들에게 돌아온다.
땅값 상승의 부메랑을 직격탄으로 맞게 되는 것이다.
토지소유 신화의 근본원인이 이같은 "공급규제"에 있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각종 공급규제를 푸는 것으로 첫단추를 새로 채워야 한다.
정부 정책이 "수요관리"에서 "이용 활성화"쪽으로 물줄기를 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것만이 망국적인 토지신화의 허구를 깨는 유일한 방법이다.
토지는 소유하는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는 "역신화"를 창조하는
길이다.
< 정리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
지금까지 만 6년째 공장 진입도로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국도변에서 공장까지 들어오는 1km 남짓한 도로가 문제다.
폭 4m인 진입도로를 6m로 넓히려면 인근 부지 3백평 정도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다.
"처음 공장을 지을때는 시세의 3배인 평당 6만원에 사기로 합의했다.
다음해는 이것이 백지화됐다.
공장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뛰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듬해는 평당 10만원으로 올려 협상했는데도 결렬됐다.
올 초 협상때는 20만원을 제시했지만 그마저 거부됐다".
우성금속 홍교선사장은 "이제 지쳤다"는 표정이다.
주민들이 땅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한가지다.
앞으로 땅값이 오를 여지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먼저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기대수익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 이걸 포기할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땅에 대한 한국인의 믿음은 이처럼 절대적이다.
이런 믿음은 이제 신화의 수준으로까지 격상됐다.
대도시의 아파트 주민이나 농촌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전국 어디에건
뻗쳐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땅값은 반드시 오른다는 믿음, 땅만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한 몫 볼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땅은 일단 갖고 봐야 한다는 믿음.
이런게 한국사회에 팽배해 있는 "토지소유 신화"의 실체다.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기업대로, 가계는 가계대로, 심지어 정부까지 땅을
"소유"하려 한다.
토지소유의 신화가 만들어진 원인은 우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적 토지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전체 국토중 공장용지나 택지 등으로 사용가능한 땅은 전체의 4.7% 수준
(건설교통부)이다.
또 6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정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공장용지는
346평방km(전 국토의 0.3%)에 불과하다.
반면 농경지는 21592평방km로 전체의 21.7%다.
경제활동인구중 농업에 종사하는 계층이 1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지이용 구조가 "거꾸로"돼 있는 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정부 정책기조의 방향에 있다.
"토지 수요 관리"위주의 정책, 즉 산지나 농지의 개발을 유도해 전체
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수요를 묶는데만 정책 방향을 두었다는 얘기다.
현행 토지관련 법령은 총 13개 분야에 걸쳐 법률 125개, 시행령 119개,
시행규칙 93개, 기타 47개 등 모두 3백84개에 달한다.
이같은 규정은 대부분 토지이용을 규제하는 조항들이다.
정부가 투기억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손쉬운 규제를 택했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작 토지가 필요한 기업이나 실수요자들은 원천적으로 토지에
대한 접근기회를 봉쇄당했다.
"토지가 정작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못하면 땅값은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이규황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는 지적이다.
신규 공급조차도 원할하지 못하다.
공장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 추가로 필요한 산업용 토지의 공급원은
농지나 임야(전 국토의 87.8%)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토지법령대로라면 기업이 농지나 임야를 취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막혀있다.
현행 농지법(6조)과 산림법(111조)은 농사를 짓거나 산림을 경영하는
목적외에 이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수요관리와 보전위주의 토지이용규제가 땅값 상승의 주 원인"
(양금승 전경련책임연구원.산업정책실)임을 알 수 있다.
한정된 토지에 수요는 폭증하니 가수요가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 활용할 토지에 대해서도 미리 확보해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이 땅을 위장매입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의 연장선이다.
"어느 기업이 특정지역에 공장을 짓는다는 소문이 나면 절대로 그지역엔
공장을 짓지 못한다.
우선 지역주민들이 땅을 팔지 않는다.
한술 더 떠 토지 모리배들까지 몰려와 주민들을 선동한다.
운이 좋아 땅을 산다고 해도 시세의 몇배가 들어간다"(H그룹 기획실 이사).
편법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메카니즘이 있는 것이다.
공급부족-가수요유발-토지가격상승의 악순환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는 곧 실수요자들에게 돌아온다.
땅값 상승의 부메랑을 직격탄으로 맞게 되는 것이다.
토지소유 신화의 근본원인이 이같은 "공급규제"에 있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각종 공급규제를 푸는 것으로 첫단추를 새로 채워야 한다.
정부 정책이 "수요관리"에서 "이용 활성화"쪽으로 물줄기를 틀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것만이 망국적인 토지신화의 허구를 깨는 유일한 방법이다.
토지는 소유하는게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는 "역신화"를 창조하는
길이다.
< 정리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