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삼CC (파72.6,573야드)에서 보기없는 골프를 친 것은 정말
놀랍다.

은화삼 코스는 전장에서 보듯 거리부담은 거의 없지만 티잉그라운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스탠스가 기울어 진다.

또 그린의 굴곡과 빠르기는 3퍼트를 불가피하게 만들고 고저차가 심한
내리막홀들은 티샷 방향잡기를 꽤나 어렵게 한다.

따라서 아마추어들은 잘 나가다가도 어느 홀에선가 왕창 망하는
골프가 나타나고 프로들도 여간해서는 무보기골프를 치기 힘들다.

96 쌍용챌린지국제골프대회에 참가한 12명의 고수들중 11명은 공히
보기가 불가피했다.

그러나 단 한명 코리 페이빈 (37, 미국) 만큼은 보기없이 버디만 8개
잡는 골프를 선사했다.

경기후 코멘트대로 은화삼은 페이빈의 스타일과 딱 부합되는 코스였고
페이빈은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의 실력대로 실력껏 코스를 요리했다.

갤러리들로서는 진정 "골프다운 골프"를 구경한 셈이자 세계 정상급
실력이 어느정도인가를 실감한 셈이다.

<>.최상호와 한팀이 돼 첫조로 출발한 페이빈은 파5홀 4개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4개 파5홀중 투온은 1개홀 (3번홀)이었고 나머지 3개홀은 모두
그린에지에서 붙인 버디.

그린미스는 단 한번뿐이었고 아이언샷은 대개 1~3m 범위에서 홀컵주위를
맴돌았다.

그의 기술적능력은 15번홀 (평소의 6번홀.파4.427야드.이번 대회는
중계편의를 위해 인-아웃코스를 바꿔 사용하고 있다)에서 증명됐다.

핸디캡 2번홀로 왼쪽이 연못이고 오른쪽은 숲인 이 홀에서 페이빈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움푹 들어간 러프에 걸쳤다.

약 3m전방에는 나무가 가렸기 때문에 왼쪽 그린의 핀을 향해 쏘기는
어려웠다.

거리는 약 175야드.

그러나 페이빈은 4번아이언을 꺼내 절묘한 페이드를 걸었다.

왼쪽으로 빠지던 볼은 막바지에 빙그르 돌며 핀을 향했다.

볼은 그린에 안착, 홀컵까지 6m거리에 멈췄다.

거기서 그치면 평범하다.

페이빈은 왼쪽으로 약간 돌아들어가는 그 퍼트를 떨어뜨렸다.

그의 이날 6번째 버디.

페이빈도 사람이고 사람의 골프는 흐름이 좌우한다.

페이빈은 이어진 16번홀 (파5.507야드.평소 7번홀)에서 3번우드
세컨드샷으로 그린 근처까지 간후 1.8m버디를 추가했고 17번홀
(파3.147야드)도 1m버디로 마감했다.

8언더파 64타.

"평소에는 190야드에서 4번아이언을 잡으나 15번홀에서는 앞바람도 있고
페이드로 거리가 줄 것으로 계산, 4번을 잡았다.

그린 스피드등 코스컨디션이 좋았고 동반자인 최상호와도 호흡이
맞아 3~4언더파 예상에서 8언더파까지 솟구친 것 같다"

<>.최상호는 10번홀까지 5개 버디로 페이빈과 동등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퍼팅하나가 흐름을 망쳤다.

11번홀 (파4,357야드, 평소 2번홀)에서 최는 6m거리에서 3퍼팅, 첫
보기를 범했다.

그후 버디는 나타나지 않았고 보기만 추가됐다.

최는 17, 18번홀에서도 연속 3퍼트로 토탈 5언더가 졸지에 2언더로
변했다.

천하의 최상호가, 퍼팅에 관한한 도사급인 최상호가 후반 9개홀중
3홀 3퍼트로 스코어를 까 먹은 것이다.

그는 톰 왓슨 등과 함께 공동 3위를 마크했다.

"페이빈과 경쟁은 해야한다는 욕심은 있으나 들어가지는 않고..."

전반에 잘 나가던 최는 11번홀에서의 70cm 파퍼팅 미스하나로 리듬이
끊기며 페이빈의 "원맨 쇼"를 바라봐야 했다.

2위는 최경주.

그는 오른쪽으로 약간 꺾이는 내리막 3번홀 (파5.507야드.평소
12번홀)에서 그린까지의 200야드를 5번아이언으로 정복, 4m이글을
노획했다.

버디는 4개에 보기는 3개로 3언더파 69타.

<>.왓슨은 12번홀에서 약 18m의 길고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는등
롱퍼트는 좋았으나 역시 쇼트퍼팅이 부진했다.

버디5개에 보기 3개로 70타.

왓슨은 파3홀을 제외한 14개홀중 드라이버를 9번 쳤고 스푼 3번에
2번아이언 1번, 3번 아이언 1번을 선택했다.

페이빈은 14개홀중 드라이버를 10번썼고 스푼 3번에 2번아이언
한번이었다.

< 김광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