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포철회장이 국제철강협회(IISI)회장에 선출된 것은 한국 철강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나아가 국제철강업계에 대한 한국업계의 영향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도 평가된다.

지난 67년 국제철강협회가 설립된 후 회장 자리는 세계 철강산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 철강기업의 대표가 돌아가며
맡아왔다.

실제로 그동안 19명의 IISI역대 회장중 미국 일본 유럽출신이 각각
6명, 호주출신이 1명이었다.

따라서 김회장의 IISI회장 피선은 한국의 철강산업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음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포철이 생산규모나 기술 경영능력 면에서
이미 선진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 와있음을 세계 철강업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된다.

사실 지난 73년 연산 1백3만t 규모의 포항제철소 1기 준공이후 국내
철강산업은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지난해 조강생산량은 세계 전체의 4.9%에 달하는 3천7백만t을 기록, 세계
6위에 랭크됐다.

올해에는 독일을 제치고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5위
철강생산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 한국 철강업계는 IISI안에서 미국(12표) 일본(11표)
브라질(7표)에 이어 4번째로 많은 6표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런 점때문에 김회장의 IISI회장 피선엔 한국 뿐아니라 철강 후발국들이
거는 기대가 크다.

그간 선진국들이 주도해온 세계 철강업계에서 철강 후발국의 입장이
대변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회장도 IISI회장 피선 직후 "개도국과 선진국,자유국가와 사회주의
국가, 고로업체와 전기로 업체간 긴밀한 협력과 공동발전의 기초를 다지는
가교역할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그는 또 "태국 인도네시아등 동남아 국가의 회원가입을 확대하고
자유국가에 한정하고 있는 국제철강협회 회원자격을 동구권등 일부
사회주의 국가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김회장이 IISI회장에 선출된 것은 한국 기업인이 국제적인
경제단체나 협회의 장에 처음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국내 철강업계
뿐아니라 경제계 전체도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