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효율적인 인원재배치를 겨냥해 ''순환보직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순환보직제란 영업 기획 관리 등 각 부서별 담당자를 2~3년 주기로
바꿔주는 시스템.

특정분야의 전문가보다는 각 부문에 능숙한 제너럴리스트를 겨냥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관리직의 다능인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사회에 불고 있는 긴축경영 바람은 직접적인 감원이나
정리해고에서 경영합리화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 ''순환보직제''를 통해
인력 배치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가혹화되고 있다.

동아그룹은 전사 차원의 비효율구조 개선 켐페인을 통해 우선 주력업체인
동아건설을 중심으로 본사와 해외지사 임직원들에 대한 순환보직제를
실시키로 했다.

동아는 이를 위해 최근 순환보직제 강화를 업무개선과제로 명문화했다.

동아건설 관계자는 "중간관리자의 경우 3년, 대리 이하 초급사원은
2년 이상 같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근무지도 이같은 원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바꾼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신원그룹은 지난달 (주)신원 내수부문과 신원유통 신원기획 등
3개 계열사의 사장단을 대상으로 서로 직책을 바꿔 맡게 하는 임원급
순환보직제를 도입했다.

신원은 이를 통해 내수부문과 신규사업부문을 강화하고 조직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원측은 "스포츠웨어 부문등 앞으로 신설될 특수사업본부에도
순환보직제를 도입해 내수와 수출영업부문 임직원들의 적응능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역시 (주)대우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국내 해외인력간의
교환근무를 확대하는 등 보직 이동의 탄력성을 높일 계획이다.

비단 간부사원이나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그룹은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순환근무시스템을 도입해 시행중이다.

일단 신입사원으로 뽑히면 1개월간의 교육 훈련기간을 거친뒤 6개월에서
1년간 소속 계열사에서 보직을 받지 않고 순환근무한다.

신입사원의 경우 희망 부서가 영업직이라도 생산지원부서나 기획
파트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반대로 기획이나 총무부서를 희망하는 신입사원도 영업팀에 소속돼
영업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

각 부서간 업무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취지다.

"신입사원은 소속 부서의 업무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타 관련부서의 업무에 대해서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삼성전자 인사팀)는
뜻이다.

LG전자는 이같은 순환보직제의 장점을 살려 아예 제도화시켰다.

지난해부터 가동중인 "조직 횡단팀"은 이같은 취지에서 생겨난 조직이다.

"조직횡단팀"은 영업 생산 기획 등 각 부서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상호간의 이해 충돌을 해소하고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부서간의 이견을 해소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우전자 구미공장 역시 올 초부터 생산과 관리 기획 업무를 서로 순환해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연관 부서간의 이해 폭을 넓혀 사원 개개인이 폭넓은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더구나 이같은 순환보직제는 사원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재교육 장으로
활용된다.

영업과 관리 기획 부서를 모두 경험하게 되면 개인적으론 각 업무에
대한 경험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최근 관리직을 영업 일선으로 재배치한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이랜드 등에선 영업현장 근무 경험이 없는 사원들중 다수가 사표를 냈다.

순환업무의 경험이 없어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작에 영업업무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그런대로 적응해 나갈 수
있었겠지만 현재로선 무리다"(D사 영업사원)는 하소연이다.

국내 기업들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순환보직제가 경기불황과 맞물려
어떤 형식으로 정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