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일 내놓은 97년도 예산안은 재정증가율을 예년보다 낮추면서
사업비 재원은 최대한 확보한다는 ''두마리 토끼몰이''로 요약된다.

세출예산 증가율은 연초 14%대 계획에서 13.7%로 낮아졌다.

이중 일반회계증가율은 96년 16.2%에서 12.8%로 떨구었다.

정부부터 혀리띠를 졸라매는데 솔선하겠다는게 재경원의 설명이다.

공무원봉급 인상폭을 최소화하며 공공요금을 동결하고 경상비 증가율을
5%로 묶은게 그 사례들이다.

외형적인 ''증가율''만 보면 재경원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속을 들추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난 94년이후 재정규모증가율은 경상성장율의 1.2배 수준을 유지해 왔다.

내년도 재정증가율도 경상성장율예상치 11.3%의 1.21배이다.

예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경제전문가들은 성장률을 웃도는 예산지출을 가지고 ''긴축'' 운운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일반회계증가율은 14.6%이지만 교육세등 특별회계증가율은 무려
33.1%에 달한다.

조세부담율도 올해 21.2%에서 내년에는 21.6%로 0.4%포인트 올라간다.

1인당 조세부담액도 올해보다 12.5% 늘어난 2백6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백만원대를 돌파한다.

이래저래 기업및 가계의 세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씀씀이를 보아도 그리 탐탁지 않다.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던 관변단체지원을 느닷없이 대폭적으로 늘려
잡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성''이라는 지적을 면할 길이 없는 대목이다.

생활보호대상자에겐 자활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키로 해놓고 이번에도
역시 ''현찰''로 때워 생색을 내려했다.

경제논리로만 보면 가장 ''비경제적''인 방위비 증가율은 유례없이 높게
잡았다.

내년도 방위비의 증가율은 김영삼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문민정부들어 가장
높은 12.0%로 결정됐다.

올해는 10.7%였다.

대북 취약전력 보강및 미래의 안보환경 변화에 대응, 장비현대화를 적극
추진했다.

이에따라 사업비중 방위력개선사업의 비중이 올해 46.8%에서 47.1%로
올라갔다.

물론 어려운 여건에서 사업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항만 철도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린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내년 사회간접자본투자규모는 올해보다 24.4%나 증가한 10조1천3백79억원
으로 책정됐다.

증가율(올해 23.0%)도 높아졌지만 10조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14개 분야별 사업예산에서 문화예술및 체육진흥예산 증가율을
43.4%로 높게 잡은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에너지및 자원분야 증가율이 8.2%에 그치는 등 홀대를 받았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서 이같은 부문의 예산급팽창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주택건설 증가율은 마이너스 8.7%를 기록,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가
퇴색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쨌거나 외형을 늘리기 어려운 여건에서 많지 않은 재원을 쪼개 쓰려 했고
공공부문의 경비지출을 최대한으로 죄려 했다는 점은 예년에 보기드문
노력으로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민간부문에 비해 생산성이 턱없이 떨어지면서 이 정도의 긴축으론
역부족이라는게 경제계의 이구동성이다.

크게 기대할건 못되지만 국회심의과정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주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