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시 홍수방지대책 프로젝트(킹스프로젝트)에 우리나라의 한
중소기업이 선진 굴지의 기업들을 따돌리고 참여한다.

수중모터펌프 전문업체인 금정공업(대표 양태열)은 최근 독일 스웨덴 일본
등지의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킹스프로젝트의 주기자재인 수중모터펌프
공급권을 획득했다.

이프로젝트는 태국 푸미폰국왕의 즉위 5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는 것.

잦은 폭우로 인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방콕시 저지대에 대한 침수방지
대책으로 시행되는 특별사업이다.

금정은 이번 입찰경쟁에서 구경 1천2백mm의 수중모터펌프 50대를 비롯
1차로 총 1백20대(3백50만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최근 5년간 동남아에서 실시된 단일 입찰로는 최대규모이다.

금정은 2차, 3차 소요 수중모터펌프의 납품우선권을 확보해 놓고 있어
수주물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입찰은 가격조건 납품실적 납기 및 애프터서비스 능력등 종합
평가를 거친 것이어서 우리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계기가 됐다.

한우물파기가 이같은 굵직한 성과를 일궈냈다.

금정은 지난 82년 창업이래 수중모터펌프를 전문 생산해 오면서 이분야
세계 최고기업이 되기 위해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했다.

서울 역삼동 본사와 인천 석남동공장을 포함, 60명의 직원중 기술인력은
47명.

이 정예부대가 금정을 국내시장 최대점유 업체로 키웠다.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쏟고 매년 1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한 결과이다.

전량 수입해 오던 대형 수중 축류펌프(프로펠러 원리를 이용한 대유량
이송펌프)를 90년 국산화했다.

일명 수중프로펠러펌프로 불리는 이제품을 서울 부산 춘천시 등에 납품,
각지역의 만성적인 침수문제를 해결했다.

또 우리 실정에 맞는 농업용수 공급용 수중사류펌프를 개발, 동진농조
전북농조 충북농조등 곡창지대에 설치해 한해방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에따른 수입대체 실적만도 연간 1천만달러를 상회한다.

3년간 10억원을 투입해 세계 두번째로 개발한 3천3백V 고전압 수중 축류
펌프(양수량 3백t/분, 출력 5백마력)는 이회사의 큰 자랑거리다.

이제품은 춘천 공지천 배수펌프장에 배치돼 하천범람을 막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같은 현장에 설치된 스웨덴 업체 제품보다도
운전성능 소음진동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 세계 최우수제품임을 입증한
셈이다.

통상산업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국산 1호기로 개발한 것이 수중폭기기
(유입된 공기를 잘게 부수어 산소전달능력을 크게 해주는 수처리장비의
일종).

아쿠아레이터로 불리는 이제품은 하수.오수.폐수처리장에 산소를 공급,
하.폐수를 보다 신속히 처리해 주는 환경파수꾼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의 시험결과 일본 유럽 등지의 수입품보다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수중폭기기는 대규모하수처리장 산업폐수처리 설비등에 적용, 수질개선에
기여하고 연간 2천만달러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도 올릴 전망이다.

이처럼 우수한 제품이지만 "외제품선호 풍조로 인해 국내에서 외면당할
때가 종종 있다"고 이 회사 양사장은 아쉬워한다.

시장개방 확대로 외국제품의 무차별 상륙이 시작되는 때인 만큼 우수
국산제품에 대한 국내 수요기관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문병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