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있는 좋은 옷을 만들겠다는 고집과 정상급 디자이너라는
자부심이 없으면 6년간 한번도 쉬지 않고 12회의 컬렉션을 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컬렉션을 계속하는데는 상당한 출혈이 필요하니까요"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 (SFAA) 오은환 회장(54)은 한국 패션계의
대표적인 중진.

우리나라 정상급 디자이너의 모임인 SFAA의 회장으로 뽑힌 데는 그의
탁월한 친화력이 한몫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패션관련 협회장을 맡은 것은 88년 세계 패션그룹 한국지부 회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디자이너의 가장 큰 임무는 좋은옷을 만드는 것이고 우리 모임의 가장
큰 목표는 훌륭한 컬렉션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1년에 2회씩 4~5억원의 돈을 들여 컬렉션을 열다 보면 회원 모두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기도 하죠.

실제로 4월과 11월은 판매에 가장신경을 써야하는 달인데도 불구,
패션발전을 위해 각기 시간과 정열을 쏟아 컬렉션을 엽니다"

SFAA가 결성된 것은 89년.

창립 회원은 12명이었으나 현재는 19명에 이른다.

부회장 한혜자 간사 박항치씨.

95년 문화체육부 산하단체로 등록했다.

패션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1등"이지만 공식적 활동은 조금
미약했다는 생각에 이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파리, 도쿄컬렉션 등 외국 유명패션행사가 모두 그 수도명을 따고
있는 만큼 우리도 서울컬렉션으로 정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명칭때문에
타지역 행사가 원활하지 못했어요.

올부터 대구 광주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행사를 하려고 합니다"

그가 패션계에 몸담은 것은 65년.

미대 (이화여대)를 중퇴하고 64년 국제복장학원에 들어갔다.

"20대의 열정으로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그림을 그렸으나 여성화가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데 실망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패션디자이너 1세대"라는 긍지를 갖고 전념, 65년
시청앞에 의상실 "꾸망"을 열었고 79년 롯데백화점 개관당시 기성복으로
전환해 "오은환부티크"를 시작했다.

지금도 매장수를 많이 늘리지 않고 (10개) 작품성에 치중한 옷을 만들고
있다.

기성복으로 전환하니 고객을 직접 대하는 부담없이 작업할 수 있어
좋다고.

그는 "미술을 공부해서인지 평범하고 남의 것을 모방한 옷은 만들기
싫어해 어렵게 작업하는 편"이라고 자평한다.

남편 유관호씨 (인하대 미술교육과 교수)와의 사이에 미술과
공업디자인을 공부하는 1남1녀를 두고 있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