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과 임금 금리가 이렇게 싸니 나갈 수밖에..."

다름아닌 재정경제원의 탄식이다.

36만평이나 되는 땅을 단돈 1달러에 "거저" 주고(미국), 선진국인데도
임금수준은 한국의 70~80%면 되는가 하면(영국), 금리가 우리나라의 3분의
1수준(싱가포르)이니 애써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시장 크고 물류시설 좋고 통상마찰까지 막을 수 있는 이점까지 생각하면
"못나가는게 바보"다.

대기업 중소기업 할것없이 너나없이 밖으로만 나가려하는 까닭을
재정경제원이 실증적인 사례를 찾아 분석했다.

공단분양가 임금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건 이젠 "성경구절" 만큼이나
알려졌다.

그래서 재경원은 해외에 공장을 지은 국내 대기업들이 도대체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분석자료 말미에 재경원이 내린 결론은 한마디다.

"고비용 저효율을 타파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자책이다.

재경원이 내부자료로 작성한 "각국의 생산요소비용 비교"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 토지구입비 ]]]

미국 영국등은 자국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을 위해 거의 무료에 가까운
파격적인 가격으로 토지를 공급하는가 하면 부대시설까지 만들어 주었다.

LG전자는 올해 영국 웨일스공장에 26억달러를 투자하면서 30만평의 부지를
무료로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5년 미국 오스틴반도체공장 부지 22만평을 평당 1만8천2백원에
사들이면서 기타 부대시설을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삼성그룹은 영국 윈야드 가전복합단지부지 25만평을 평당 5천원에 사들였다.

SKC는 95년 미국 애틀랜타 필름공장에 15억달러를 투자하면서 36만평의
부지를 단돈 1달러에 제공받았다.

이것은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미국의 웨스트포스트무역지대(13달러46센트), 영국의 발간공단(22달러
40센트)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단의 부지가격이 한결같이 한국
과는 비교가 안된다.

이에비해 한국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외국인전용공단인 광주공단의 조성
원가는 평당 33만원.

미분양대책으로 내린 분양가격이 평당 28만6천원이다.

천안공단은 평당 50만원이나 된다.

그나마 외국인에게만 저렴한 값(연간 평당 1천5백78원)에 임대, 국내
기업들엔 그림의 떡이다.

여기에다 각종 토지이용규제로 공장용지를 확보하기 어려우니 밖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 인건비 ]]]

삼성전자 영국 윈야드 가전복합단지의 평균 연간인건비는 국내공장임금의
77% 수준이다.

LG전자 영국공장의 평균임금도 국내의 85% 수준이다.

SKC 미국 애틀랜타 필름공장 인건비는 국내와 같고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만이 20%정도 비쌀 뿐이다.

여기에다 각국은 여러가지 형태의 임금보조성 지원을 하고 있다.

영국의 윈야드공단은 고용및 기능개발훈련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프랑스는 외국계기업에 고용촉진보조금을 준다.

선진국이 이런 형편이고 동남아 국가완 임금수준 자체가 비교가 안된다.

한국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6달러25센트(94년말현재)로 경쟁국인 대만
(5달러55센트) 홍콩(4달러76센트)보다 높고 중국(39센트)등에 비해서는 아예
경쟁이 안된다.

여기에다 한국의 임금상승률(94년 15.1%)이 영국(4.7%) 미국(4.2%) 일본
(2.0%)등 선진국의 3~7배나 돼 이들 나라의 수준을 따라잡는 것도 시간
문제다.

[[[ 금융지원 ]]]

미국은 외국계 투자기업에 지원하는 사업개발기금을 만들어두고 있다.

지역개발보조금도 준다.

텍사스같은 곳은 자본기금(TCF)을 만들어놓고 있고 영국도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비해 한국은 은행의 자금외에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은 없다.

금리면에서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실질금리(94년) 수준을 보면 한국은 연 6.6%로 중국 태국(연 9.68%)보다는
낮지만 미국(4.54%) 일본(3.43%) 영국(2.98%) 싱가포르(2.78%)에 비해서는
크게 높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