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보다 차가 더 좋은 사람들.

그래서 가끔은 애인에게 질투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 모였다.

차에 대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다.

이들은 1시간에 걸친 이야기끝에 모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름은 "TOG"(티뷰론 오너 그룹의 약자).

회장은 이 모임을 주도한 장윤석씨(26.회사원)가 맡았다.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특히 티뷰론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죠.

물론 회원 모두가 이 차를 갖고 있습니다"(장씨)

장씨는 취미가 "차닦기"일 정도로 차에 푹 빠진 사람이다.

평소 애인과 함께 티뷰론을 몰고가다 운전에만 심취해 애인에게 "차와 나,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불평을 받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TOG에는 장씨와 같은 사람들 30여명이 있다.

직업은 회사원에서부터 영화연출가 디자이너 의사 프로그래머 등 다양하다.

나이는 대부분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사이.

아직은 모임을 만든지 얼마 안돼 서로 얼굴도 모르는 회원들이 많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에는 잠원동 고수부지에 일제히 모여 2차 얼굴익히기
행사를 갖기도 했다.

또 초창기인 만큼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티뷰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티뷰론의 장점을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고 단점은 현대자동차측에 제시해 좀더 훌륭한 차로 만들겠다는게
이들의 가장 큰 목적.

물론 일반 승용차와 다른 점을 감안해 지정정비공장을 현대측에 요구하는
등 공동의 이해를 해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리고 매달 둘째주 일요일에는 티뷰론을 몰고 드라이브하기에 가장
적당한 곳을 찾아 집단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혹시 주위에 사치스런 모임이라는 시각이 있을까봐 가장 염려됩니다.

그냥 스포츠카를 좋아해 모인 것 뿐이에요.

티뷰론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 모임에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은 정기적으로 고아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티뷰론을 시승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불우이웃 돕기 행사도 가질 계획이다.

< 정종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