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트카를 읽으면 새차가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컨셉트카를 실제 양산모델로 개발, 생산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컨셉트카 시대"를 맞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자동차업계 처음으로 컨셉트카를 양산모델화한
스포츠쿠페 티뷰론을 선보인데 이어 대우 기아 등도 컨셉트카를 실제
양산모델로 개발해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다.

우선 대우자동차가 11월 출시할 "라노스(가칭.개발명 T-100)"는 지난해
서울모터쇼에 출품됐던 컨셉트카 "No.1"을 기본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선보인 컨셉트카 "HCD-III"이 해외 자동차업계로부터
호평을 얻자 이 모델로 다목적 차량(MPV)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기아자동차도 서울모터쇼에 내놓았던 컨셉트카 "KMX-3"과 "KEV4"를
기본으로한 새모델을 개발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컨셉트카란 그 업체가 지향하고 있는 디자인과 신기술을 적용해 미리
만들어 보는 시작차.

제작된 컨셉트카는 각종 모터쇼에 출품돼 고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며
업체들은 고객의 반응을 살펴 컨셉트를 수정해 나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4~5년정도 지나면 실제모델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역사가 긴 선진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같은 방법으로
신차를 개발해 왔다.

국내 첫 컨셉트카 양산모델인 티뷰론의 원조는 "HCD-II".

지난 93년2월 시카고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현대의 두번째 컨셉트카이다.

현대의 미캘리포니아디자인연구소가 첫 컨셉트카 HCD-I을 토대로 개발한
이 모델은 지금의 티뷰론과 외관은 물론 성능도 거의 같다.

그러나 HCD-II가 첫선을 보였을 당시 국내고객들은 워낙 앞서간 디자인
때문인지 모터쇼만을 위한 차로 알았다.

그러나 3년만에 실제차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두차는 앞부분은 물론 측면의 선과 헤드램프, 하다못해 사이드미러까지
같은 모습이다.

HCD-II가 약간 도톰하고 독특한 3인승 시트를 갖춘 반면 티뷰론은 날렵하고
4인승이라는 점이 다른 정도다.

현대는 티뷰론이 폭발적인 인기를 거두자 지난해 선보인 컨셉트카
HCD-III을 기초로 MPV를 양산키로 하고 최근 디자인을 확정지었다.

99년 생산될 이 MPV 역시 디자인은 HCD-III에서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가 11월 선보일 신차 "라노스"도 컨셉트카 "No.1"과 외관이 거의 같다.

No.1을 라노스의 컨버터블형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No.1에 없던 후드의 선과 헤드램프의 모습이 약간 다를 뿐이다.

이 모델들의 디자인은 이탈리아 디자인업체인 이탈디자인이 맡았다.

기아 역시 컨셉트카를 실제차량으로 개발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KMX-3은 스포티지의 다음 모델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