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감량경영방침과 명예퇴직제의 급속한 확산으로 분야별
전문인력이 배출되면서 이들 명예퇴직자를 구인업체와 연결하는
헤드헌터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또 명예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열기로 각종 자격증 전문학원이나
유학준비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감량경영바람과 명예퇴직제로
배출된 인력들에게 재취업을 전문적으로 안내하는 업체들이 활황을 맞고
있다.

경총이 지난 7월달부터 대기업 명예퇴직자 등을 필요한 업체와 연결해
주기 위해 운영중인 고급인력정보센타에는 두달사이에 1천4백19명의
구직자와 4백64개의 구인업체가 등록한 상태다.

아직까지는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한데다 요구조건이 맞지 않은
바람에 서로 연결이 된 사람은 20명에 불과하지만 서서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 센타의 전대길이사는 "명예퇴직자들이 대부분 자영업 등을
선호하지만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
명예퇴직제가 확산되면서 각종 문의전화가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전문인력을 외국계 기업이나 필요한 업체 등으로
알선해주는 헤드헌터업계도 마찬가지다.

강남에 자리잡은 인력소개업체인 H사 김희건부장은 "조기퇴직자들이
늘면서 각 분야별로 경험이 있는 이들을 고용하려는 회사들이 많다"며
"최근들어 일자리를 구하려는 명예퇴직자들이 하루에 20-30명씩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광화문주변에는 이들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외국계의 비공식
헤드헌터사 50여개가 성업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예퇴직제가 확산되면서 미리 퇴직이후를 준비하려는 회사원들이
재취업이나 유학, 외국진출을 희망하는 것을 반영해 각종 전문자격증
학원과 외국어 학원에도 이들이 몰리고 있다.

종로에 있는 H학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30대중반의 회사원들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실상을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감량경영과 명예퇴직제 확산에 따라 사회불안요소가
커진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과학기술혁명이나 정보화
혁명이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일자리에서 내쫓기는 현상"이라며 "사회전반적으로 고용
불안이 일어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 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