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에는 다섯 명의 사장이 있습니다"

국내 최대의 광고사인 제일기획이 지난주부터 자사의 분사제도를 알리는
기업PR광고를 내보내 관심을 끌고 있다.

제일기획에는 5개의 독립된 사업부가 있으며 각 사업부가 독립된 예산과
전략으로 마치 별도의 회사처럼 활동하고 있음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제일기획이 이처럼 분사제도를 적극 홍보하고 나선 것은 일본식 "1업종
다사주의"를 본격 선언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광고사들은 미국식 "1업종 1사주의"에 영향받아 한
업종에선 1개의 광고주만을 영입하는게 원칙이었다.

이는 광고주기업의 영업전략과 내부비밀을 속속들이 알게되는 광고
대행사의 업무특성에서 비롯된 것.

여러 경쟁사와 동시에 거래하면 혹시라도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때문이다.

제일기획이 이러한 관행을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계기는 신세기통신에 이어 최근 한국이동통신을 광고주로 영입하면서
부터이다.

두 회사는 국내 이동전화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라이벌회사.

제일기획은 이미 "코리아나"와 "라미화장품", "컨디션"과 "솔표비즈니스",
"풀무원"과 "해찬들" 등 경쟁기업들과 동시에 거래하면서도 사업부간의
완벽한 보안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이 회사의 오증근전무는 "제일기획이 국내 광고시장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 신규광고주는 대부분 기존 거래선과 경쟁하는 기업일 수밖에
없으므로 철저한 보안유지가 가능한 분사제도로 광고주의 불신감을
헤쳐가겠다"고 밝혔다.

제일기획은 내년부터 독립채산제도 도입, 사업부간의 철저한 경쟁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영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