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월가가 유럽과 미국 금융그룹들간의 격전장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은행들이 은행의 증권업무 규제완화를 앞둔 미국 금융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증권업무를 확대하면서 미국공습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은행들이 증권부문 인력을 대폭 증원하거나 왕성한 인수합병
(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거대한 미국시장에서 미국은행들과의
한판승부를 벌일 채비를 하고있는 가운데 미국은행들도 이에 뒤질세라
증권사인수 등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은행의 경우 미국에서 주식인수와 M&A중개를 중심으로한
투자은행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에만 500명가량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뿐만아니라 미국의 대형 증권회사인 메릴린치의 채권부문과 모건스탠리의
하이테크기업담당부문 거물들을 잇따라 스카우트하고 있다.

도이치은행의 야심은 연내에 북미지역 인원을 미국의 CS퍼스트보스턴
은행의 3,500명보다 더 늘린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증원을 시작해온 스위스유니언은행도 미국의 대형증권사인
골드만삭스등으로부터 간부들을 빼내 인원을 보강하고 최근에는 영국의
증권회사인 SG와버그의 북미부문을 통합, 북미지역 인원을 2,300명으로
확대했다.

유럽은행들은 인원확충에 그치지 않고 미국의 증권회사를 직접
사들이는데도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내셔널 웨스트민스터은행이 미국 증권회사인 그리니치 캐피털
마케트를 매수키로 결정했는가 하면 네덜란드의 ABN암로은행은 금융파생
상품과 선물부문에 강한 미국 증권회사 시카고 코퍼레이션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유럽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은행으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금융기술과 인재가 집중해있는 미국에서 증권업무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현재 은행전체수입의 10%수준으로
묶어논 은행의 증권업무취급비율을 오는 10월부터는 25%로 확대하기로
결정한것이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때문에 유럽계뿐만 아니라 JP모건 뱅커스트러스트등 이미 증권업취급
비율이 10%에 달한 미국의 주요은행들도 증권업무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나 네이션스뱅크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유럽세에 대항해 미국 주요 증권사들의 사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따라 증권업무시장 선점경쟁에 앞서 미국 유럽은행들간의 증권사
인수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복합 금융군"이 두각을 나타내자 유럽 미국 일본등 3개
금융당국은 최근 이들을 효율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협력체제를 결성하고
네덜란드 중앙은행의 톰 도스원이사를 의장으로 선출한 가운데 위원회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를 실제로 운영하는 기구는 은행감독자위원회(바젤위원회)
증권감독자국제기구(IOSCO) 보험감독자국제협회(IAIS)등이다.

국경의 벽은 물론 은행 증권등 업태의 벽까지 뛰어넘는 "금융 복합기업"의
감독을 위해 각국의 은행 증권 보험당국의 연대가 불가결해진 것이다.

< 이창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