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질때까지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다가 진단을 받고 나서는 당황하기
십상인 암이다.
진단은 쉬운 편이나 사소한 소화기장애거니 하고 가볍게 넘기다 뜻밖의
불행을 당하게 되는 병이다.
식도암에 걸리면 음식물삼키기가 곤란하고 상부소화관출혈 가슴통증
호흡곤란 체중감소등의 증세가 생긴다.
식도암은 우리나라 남성이 걸리는 암가운데 다섯번째로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다.
식도암은 주로 40대부터 나타나며 통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4배
더많이 걸린다.
음주 흡연이 주된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하루 80g의 에탄올은 식도암발병률을 18배 높이고,
20g의 담배는 44배나 높인다고 한다.
지역별로 보면 카스피해에서 동쪽으로 실크로드를 따라 이란 소련
중국 일본 한국등에서 식도암발병률이 높아 이 지역을 "아시아 식도암
벨트"라고 부르고 있다.
식도암의 발병원인은 확실하지 않으나 식도게실(식도혈관의 한쪽이
늘어난 것) 식도열공성탈장 식도무이완증 역류성식도염(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열감을 일으킴) 양잿물복용 방사선노출 등으로 인한 식도의
만성자극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순천향대학병원 심찬섭교수(소화기내과)는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소련인과 이란인들의 식도암발생률이 높은 것은 뜨거운 차를 즐겨마시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절임야채와 같은 짠 발효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
식도암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니트로스아민(부패된 육류) 아프라톡신(땅콩 곡류에 기생하는
진균이 배출하는 독소)등에 오염된 음식을 자주 섭취할 경우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석면 규사에 많이 노출되거나 리보플라빈 베타카로틴등이 결핍되면
식도암이 걸리기 쉬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발병원인을 적극 회피해나간다면 예방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식도암은 조기발견만 이뤄지면 치료가 쉽다.
따라서 식도에 만성염증이 있는 환자는 정기적인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식도내시경을 이용해 불규칙한 궤양을 이루는 암괴를 쉽게 관찰할수
있고 루골염색액을 이용,염색되지 않는 암부위를 확연히 구분해낼수
있어 진단이 그만큼 쉬워졌다.
최근에는 암조직의 겉모양을 뚜렷이 관찰할수 있는 내시경에 암이
퍼진 깊이를 알아보는 초음파기구를 결합한 내시경적초음파단층촬영술이
개발돼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식도암 초기에는 방사선치료로 발암부위를 위축시킬수 있다.
식도암조직은 방사선에 상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반면 항암제투여는 효과가 작은 편이다.
또 레이저열로 식도암부위를 태워 기화시키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이는 암이 넓고 얇게 퍼진 경우에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심교수는 "암의 크기가 작고 전이되지 않았다면 절제술이 가장 유효한
치료법"이라며 "절제로 짧아지거나 좁아진 부분은 식도하단의 경우 위를
끌어올려붙이고 식도상부는 대장을 떼어다 붙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식도에 티타늄형상기억합금을 재료로한
인공식도관을 삽입, 음식물을 위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 정종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