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차기 대권후보군중 한사람으로 거론되는 김윤환 전대표가
"비영남출신 후보" 지지의사를 시사한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그 배경을
놓고 추측이 분분하다.

또 차기를 겨냥하고 있는 각 후보 진영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제휴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등 김전대표의 향후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권은 김전대표가 차기후보로서 보다는 킹 메이커로서의
역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온터라 그의 발언은 자신의 불출마쪽에 무게를
실었다기보다는 차기와 관련해 예비후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인식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의 지역분할구도상 여권의 어느후보도 당내경선에서는 물론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구.경북지역의 지지를 얻지 않고는 당선권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당내의 영남권 출신으로 차기를 노리고 있는 인사들은 김전대표의 발언이
자신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계산된 것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과잉반응을 보일 경우 결과적으로 득될게 없다는 계산이다.

비영남권 출신인사들은 좀더 두고 봐야 알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자민련 김종필총재측은
경우에 따라서는 김전대표와 대선을 앞두고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자민련측은 여권의 차기후보가 영남권에서 나올 경우 탈당 등의 김전대표는
이번 발언으로 명분을 축척한 만큼 행보가 쉬워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전대표의 발언이 전해진 4일 최형우 박찬종 상임고문 등 영남권 출신
진영은 "내년초 대권후보 논의가 본격화될 때를 대비해 자신의 위상을
미리 높여 놓으려는 계산된 발언이 아니겠느냐"며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또 "허주(김대표의 아호)가 과거 2번이나 "킹 메이커"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지 않겠느냐"면서 "그의 이번
발언은 여러 후보들에게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열어 놓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고문측은 "정치 9단의 경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허주의
발언에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관심을 표명하면서도 "그러나
지금 일희일비할 단계가 아니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반면 이회창 이한동고문 등 비영남권 출신은 김전대표 발언에 비교적
고무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이해득실을 조심스럽게 계산하는 모습.

특히 이회창고문측은 "정치감각이 뛰어난 김전대표가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발언을 했는지 알수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자신이 TK(대구.
경북) 출신인 점을 감안해 그런 얘기를 했을 것으로 본다"고 다소 고무된
표정.

그러나 역시 비영남권 출신인 이홍구대표와 김덕용 정무장관 이인제
경기지사측은 "우리로선 할말이 없다"고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아직은 차기논의 시기가 아니라는 김영삼대통령의 "입장"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싫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