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습니다"

국립국어연구원의 정현희씨(31)는 컴퓨터를 대하고 있으면 장애를 잊는다고
밝게 웃으며 신체장애가 통신장애는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3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에 장애를 겪어 왔으나 활동하는데
어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단지 일반인들의 편견이 부담스러웠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PC통신의 덕이라고 들려줬다.

그녀가 통신에 입문한 것은 대학시절.

대학연합동아리인 초롱불에서 활동하던중 한빛맹아학교에 부대장으로
파견돼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으로 통신을 접한 뒤 네티즌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PC통신에서 운영중인 재활동호회를 접하면서 통신 마니아가 됐다.

그녀는 통신을 통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또 PC통신의 일본어동호회에 참여, 학원에 다니지 않고 일본어를 배우는등
학문적인 욕구도 충족시킬수 있었다.

요즘에는 통신에 올라온 시와 소설등을 즐겨 읽고 자신의 여행기및 수필
등의 작품을 올리는등 문학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하이텔 장애인동호회인 두리하나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는 그녀는 매일저녁
2시간 이상을 동호회를 관리하고 회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는데 쓰고 있다.

두리하나는 최근 PC통신 장애인 회원들의 큰잔치인 "장애인 통신한마당"을
주최했다.

먹걸이 장터와 놀이마당등이 벌어진 이날 행사에는 국내 PC통신에서
활동중인 장애인 300여명이 참가, 대성황을 이뤘다.

그녀는 장애인들이 통신 대화방을 통해 언제든지 대화상대를 구해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외로움을 이겨낼 수있다고 말한다.

특히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회 각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있는 것은
통신만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PC통신은 신체적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곳에서 장애인들은 일반인들 못지않은 자유롭고 건강한
활동을 할수 있습니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