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 지수 800선이 드디어 무너졌다.

이로써 주가는 지난 88년 수준으로 되돌아 갔다.

단기적으로는 지난 93년 11월 이후의 최저수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지난
80년대 후반의 가격대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증권계는 보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주가 하락"이라는 말보다는 "구조적인 침체"라는 말이
현재의 증권시장을 진단하는데 더욱 적절한 단어가 되고 있다.

단기적인 주가 하락 요인으로는 경기악화 공급과다 반기실적 부진 금리
상승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우리증시의 내부구조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본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는 증시의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되고 정부와 업계 모두 증권시장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셈이다.

우선 단기적인 주가하락 요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를 고비로 꺽어지기
시작한 경기가 주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경기하강은 상장기업들의 반기실적에서도 드러났고 이것이 허약한 증시에
일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 국제수지의 악화가 증시주변의 유동성을 떨어뜨렸고 금리의 상승
반전이 다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증시의 국제수지 상관계수는 0.89에
달해 수출주도형 경제의 한계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다 장기적 요인으로는 지난 80년대 후반에 진행된 이상적인 주가 폭등의
후유증이 아직 극복되고 있지 못한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증권시장 최대의 투자자인 투자신탁회사들은 아직도 90년에 있었던
무리한 증시대책의 짐을 떠안고 있고 다른 금융기관들 역시 건설 금융
증권주등 무수익 부실주들을 10년 가까이나 보유하면서 운신의 여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시침체의 본질적 요인이라면 역시 증권 시장이 중산층들의 건전한 재산
증식의 장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배당수익율은 증시를 단기 투기적 요인이
지배하도록 몰아갔다는 것이다.

증시제도 전반이 투자자들에게는 대단히 불리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주장들
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들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석은 우리나라 증시 제도가 지나치게
대주주 중심이어서 기업이 창출한 부를 대주주만이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
이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예로 기업의 경영권등이 시장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평가되도록해 기업의
실적과 자산의 증감등이 주가에 반영되는 경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는 지적
이다.

정부의 증권정책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지적들도 그리 낮선 주장은
아니다.

실제 지난 3년간 증권시장에 공급된 물량의 거의 절반은 정부가 공급한
물량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최근의 주가 하락은 지난 93년 정부가 한전주를 공매하면서
시중 자금을 쓸어간 싯점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주장은 주가 그라프가 보여
주는 그대로다.

다시말해 정부가 증권시장을 통한 공기업 매각등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한
증시의 자생적인 수급균형은 어렵다는 결론인 셈이다.

증권시장의 중요성은 재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자금시장의 원활한 흐름과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모두 증권시장이라는
고리로 연결되고 있는 만큼 증시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신용거래 재개등 단기투기적인 대책이 아닌 금리안정및 중산층 증시참여
요인확대등 보다 본질적인 대책이 요망되는 싯점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