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변화의 물결을 알아차리기란 쉽지않다.

그런만큼 변화의 줄기를 제대로 읽어내는 자만이 미래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만해도 소수 컴퓨터마니아의 전유물이었던 인터넷이
이제는 그 사용법을 모르면 "넷맹"이라 불릴만큼 널리 이용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변화속도와 방향을 가늠케해주는 대목이다.

"책상마다 집집마다 한대씩 놓인 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이념이기도 한 이 단하나의 명제에 자신의 모든
꿈을 걸었던 소년 빌 게이츠.

그는 아무도 감지하지 못한 미래의 변화에 운명을 걸어 미국 최대
갑부에다 컴퓨터 황제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미래로 가는 길"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기업 성장사의
주인공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체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변화를
예측한 책이다.

미래학자도 아니며 국제정세를 좌우할만한 강대국의 수반도 아닌
그의 말에 관심을 갖게되는 것은 그가 바로 미래사회 변화의 핵심인
정보와 통신의 중심에서 세계 최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점때문일 것이다.

"책상마다 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과거 성장을 이끌어온
모토였다면 "손가락 하나로 모든 정보를"은 이 회사의 미래를 집약한
정신이다.

빌 게이츠는 멀지않아 지구촌 수천 수억대의 컴퓨터가 보이지않는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정보고속도로가 실현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책상앞에서 사업은 물론 공부도 하고 세계각국의 문화정보를 탐구할
수 있다.

통신망 자체가 전세계의 시장이 된다는 얘기다.

이 책은 빌 게이츠 개인의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고 무책임한 주장만을
잔뜩 늘어놓은 이론서도 아니다.

드라마틱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미래예측서인 이 책은
불확실한 미래에 던진 하나의 의문부호로 충분히 귀기울여 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