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장관을 누가 맡든 간에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역시 민생안정
이었다.

우리경제를 주름살지게 하고 있는 주범인 물가와 과소비를 진압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정책적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설문조사를
통해 새삼 일깨워 주었다.

물론 새 경제팀이 획기적인 묘안을 내놓아 상황을 일변시키리라고 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기대반 우려반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낄수 있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정책에 대한 쌓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촉구였다.

한국경제신문은 최근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의 전격적인 교체에 이어
차관급 후속인사까지 마무리돼 본격적인 현안 점검에 돌입함에 따라
현대경제사화연구권과 공동으로 국민들의 이번 개각에 대한 평가와 기대를
설문조사로 들어보았다.


[[[ 새 경제팀에 대한 기대 ]]]

지난 8일 전격 단행된 개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시기적으로 적절"
(19.7%)하거나 오히려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40.2%)고 응답,
이번 개각을 시기적으로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개각을 미루었어야 한다"는 의견은 17.5%에 불과했다.

특히 경기침체로 인한 체감도가 높은 자영업자의 경우 개각에 대해
9.3%만이 반대의사를 표시해 그동안 이들 계층이 경제의 심각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도 그만큼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생산.근로직의 50%이상은 "개각이 늦은 감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월소득
200만원이상의 고소득층에서도 71.2%가 개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개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현상황에서 더이상 경제회복을 위한
일련의 정책적 조치를 미룰 수 없다는 국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기대반 우려반이다.

최근 누적되고 있는 경상수지 적자, 물가불안, 경기후퇴 등 경제난과 관련
새로운 경제 진용으로 이를 풀어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찬성을 표시
하면서도 새 경제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높지 못하다.

새 경제팀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40.0%)과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론(43.8%)이 반반으로 엇갈렸다.

이러한 부정론의 배경에는 현재 우리경제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때
경제각료가 바뀐다고해서 당장 경제가 회복되겠느냐는 다소 냉소적인
태도가 깔려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새 경제팀에 대한 긍정론이 우세한 집단은 전문.자유직(48.0%)
농림 어업종사자(34.4%) 무직.퇴직자(47.0%)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지역(45.3%)과 중소도시(44.9%) 거주자들의
새 경제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과 계층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다소 우세했다.

우리국민들은 새 경제팀의 선결과제(복수응답)로 물가안정(82.2%)을 가장
많이 지적, 물가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으로 과소비 억제(46.2%)를 꼽았으며 중소기업 문제(14.7) 무역적자
해소(14.6%) 노사 임금문제(13.1%) 등도 높게 지적됐다.

이외에도 부동산 투기억제(5.7%) 지역간 균형개발(5.6%) 정부규제완화
(3.9%) 사회간접자본 투자(2.5%) 복지문제(2.4%) 등을 꼽았다.

우리경제의 선결과제에 대해 생산.근로직 종사자들은 노사임금문제
(24.6%)와 정부정책의 일관성(10.1%)을 타직종에 비해 많이 지적했고
사무직은 무역적자해소(22.5%)를 상대적으로 많이 꼽았다.

자영사업자는 부동산투기억제(11.1%)와 정부정책의 일관성(9.3%)을
우리경제의 선결과제로 비교적 많이 들었다.

주부는 물가안정(89.9%)과 과소비억제(58.3%)를 압도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고학력이거나 월소득 200만원이상의 고소득층일수록 무역적자해소,
지역간 균형발전, 중소기업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문민정부의 각종 개혁 조치에 대한 평가에선 "강력한 경제개혁
추진"(31.7%)보다는 "경제안정"(63.2%)을 원하는 응답이 두배 가까이
많았다.

한편 학생의 경우 오히려 강력한 개혁추진(25.6%)보다는 안정(73.3%)을
추구해야 한다는 응답비율이 평균보다 10%이상 높게 조사돼 눈길을 끌었다.

또 지역별로도 인천.경기.강원지역(27.2%)과 광주.전라지역(27.6%)에서
전국평균보다 "강도높은 개혁추진"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게 나왔다.

[[[ 경제상황진단 ]]]

응답자의 62.6%는 우리경제의 현상황을 "위기는 아니지만 상당히 심각하다
"고 진단했으며 "총체적 위기상황"이라는 견해도 13.5%에 달했다.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낙관적인 의견은 20.7%에 불과했다.

한편 우리경제가 위기상황이라는 응답은 고학력(17.4%) 고소득층(17.8%)
일수록 높게 조사됐다.

반면 월소득 100만원이하인 계층의 경우 우리경제가 "총체적 위기"라는
응답은 9.9%에 불과해 이채롭다.

우리경제의 경쟁력 약화 원인은 "과소비 풍조"(43.4%)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높은 임금(16.5%) 기술력 부족(14.7%) 행정규제(5.3%) 근로정신
해이(4.9%) 비싼 땅값(4.1%) 등을 꼽았다.

[[[ 소비및 저축행태 ]]]

우리 사회의 과소비 현상은 "일부 계층의 과소비"(43.3%)라기 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현상"(55.5%)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 국민들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그릇된 사회인식"(30.0%)을
과소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과시욕구(23.2%) 모방심리(16.3%) 광고 등의 소비자극(10.9%) 등도
함께 지적됐다.

과소비가 행해지는 부분은 주로 가구 승용차등 생활용품(31.7%) 의류
(30.7%) 레저문화비(11.2%) 교육비(10.5%) 등이라고 응답했다.

자신의 소비생활에 대한 평가에선 "건전한 소비를 하고 있다"(70.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많이 쓰기는 하지만 과소비까지는 아니다"는 응답은 25.1%에 그쳤다.

반면 "과소비를 하는 편"이라는 응답은 4.0%였다.

국민 대다수는 가장 나은 재산증식방법으로 "저축"(65.2%)을 꼽았다.

땅(18.2%)과 집(8.9%) 등 부동산투자라는 응답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저축규모에 대해서는 가계소득의 21~30%를 저축한다는 응답자가 20.8%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소득의 41~50%를 저축한다는 응답도 15.3%에 달했다.

한편 정부에서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1가구당 월 100만원 한도내의 저축에
대해 이자와 배당소득이 비과세되는 가계장기저축을 도입하기로 한데
대해서는 대체로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가계장기저축의 도입으로 "저축이 늘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36.3%에
불과한 반면 "세제 혜택이 미흡해 실효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은
51.4%에 달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국민들은 보다 획기적인 저축증대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생산.근로직의 경우 65.2%가 실효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말까지 자신의 저축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4.6%가
"현재로서는 저축을 늘릴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저축이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14.5%에 달했다.

반면 "절약을 통해 저축을 늘리겠다"는 의견은 27.6%에 불과했다.

[[[ 경제전망 ]]]

정부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4.5%의 달성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10명중 9명은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물가가 "이제 오를 만큼 올라 4.5%인 목표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응답은 8.0%에 불과했다.

반면 "큰 폭은 아니지만 4.5%보다 약간 더 오를 것"(44.4%)이라거나
"4.5%보다 훨씬 큰폭의 물가상승이 우려된다"(44.0%)는 의견이 대다수
(88.4%)를 차지했다.

최근 들먹거리고 있는 버스 지하철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선
응답자의 51.8%가 "서비스가 개선되더라도 공공요금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동반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서비스 개선이 이뤄진다면 굳이 반대않겠다"는 조건부 찬성의견은
40.9%를 차지했다.

"현재의 공공요금이 다른 물가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어느 정도
물가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찬성의견은 6.4%에 불과했다.

공공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은 남자(45.8%)보다는 여자(57.6%)에게서
더 높게 조사됐다.

또 40대(60.3%)와 50세이상(63.5%)의 고연령층, 중졸이하(66.3%)의
저학력층, 월평균 가구소득 1백만원이하의 저소득층(60.1%)에서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내년도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내년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질 것"(16.6%)이라는 견해는 16.6%뿐이었다.

이에 비해 "더 나빠질 것"(24.7%)이라거나 "별 차이가 없을 것"(55.6%)
이라는 태도가 많아 대다수(80.3%)가 부정적 시각을 보였다.

우리경제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특히 40대(31.5%), 농림어업 종사자
(31.3%), 전문.자유직(28.0%)에서 높게 조사됐으며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우리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전망했다.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계층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9.8%가 "정부"를 지목,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 정부의 역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시민 개개인이라는 응답도 35.7%에 달해 최근 문제화되고 있는
과소비 등에 대해 개개인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 표시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기업인(14.6%) 근로자(7.6%) 등의 노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0대, 고학력층, 전문.자유직, 월소득 151만원이상의 중상소득층은
정부보다는 특히 일반 시민 개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 정리=박영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