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위원이 15일로 취임 1백일을 맞았다.

취임한지 석달이 겨우 지난 시점에서 이대표가 취임일성으로 표방
했던 "새정치"와 "정책정당"으로서의 의지를 현실정치에 어느정도
착근시켰는지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다만 여권안팎에서는 이대표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현실정치에
적응하고 있고 그에 걸맞게 차기 대권후보군으로서의 무게가 더해가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리고 있다.

이대표의 출발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무소속의원 영입에 따른 야권의 반발로 15대 국회가 한달이상 장기
파행을 겪었고 개원후에도 여야가 자주 충돌, 국회를 원만하게 운영해야
했던 이대표에게는 짐이 됐었다.

이과정에서 이대표는 "물리력 배제"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새정치에
대한 집념으로 일관, 괜찮은 인상을 남겼다.

이대표는 "물리력을 배제한 국회운영의 원칙은 정기국회때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대표가 새정치의 하나로 강조했던 타협과 협상의 원칙이 어느정도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이대표는 새정치 못지않게 집권여당을 정책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
는데도 신앙같은 의지를 보여왔다.

민생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13개 소위를 구성하고 정부정책에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긴밀한 당정협조를 누누히 강조해왔다.

법률안 뿐만 아니라 부령 시행령 규칙개정시에도 당정협조를 갖도록
하는 내용의 총리훈령이 바뀐 것도 이대표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대표는 14일 취임 1백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문민정부
초기의 개혁이 과거에 누적된 문제를 정리하는데 역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치안과 안전, 경제문제 등 당면현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신한국당이 이런 문제를 정책으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대표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말은 무욕과 무색무취다.

그래서 이대표가 강조하는 새정치와 정책정당으로의 변모일색이
구호로만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치는 선택"이라며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선택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표의 새로운 선택에 대한 또하나의 시험무대는 다가오는 정기
국회에서 펼쳐질 것 같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