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북한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에서
열리는 국제투자포럼에 참가할 참관단명단을 발표했다.

이로써 돌출변수가 없는 한 우리기업인들이 대거 현지를 방문, 투자여건과
북한측의 유치계획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우리기업들은 지난 88년 교류활성화를 표방한 "7.7선언"이후 북한측과의
교역 및 임가공을 추진해 왔다.

또 (주)대우 등 상당수기업들이 정부로부터 경협사업자승인을 얻어 합작.
합영사업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기업들이 한꺼번에 북한을 방문해 경협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내 이견으로 참관단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축소되긴 했으나 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한 후 남북관계가 그 어느때보다 냉각된 시기란 점과
나진.선봉에 대한 투자는 당국간 투자보장협정체결 등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는 기존 정부입장에 비춰 "주목할만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런 변화는 4자회담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지난 4월16일 한미정상이 4자회담을 제의한 이후 취해온 <>민간
차원의 식량(밀가루 분유)지원 <>유엔의 2차지원참여(3백만달러) <>(주)태창
등 4개사에 대한 경협사업자추가승인 등 분위기조성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포럼참가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당국자들은 "사전유인책을 쓸수는 없지만 이런 부드러운 조치들을 병행
함으로써 4자회담이 북한에 이롭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을 비롯 중국 일본 홍콩 호주 대만 등 많은 나라들이 북한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마냥 무관심할 수는 없는 사정도 고려됐다.

삼성전자가 먼저 계약을 체결하고도 남북관계가 악화돼 주저하는 사이
태국 록슬리그룹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경우는 우리가 실리적 접근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번 결정은 북한이 좋든 싫든 남한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을 비롯 중국 러시아 몽골 등 5개국이 참여하는 두만강지역개발계획
(TRADP)에 포함된 나진.선봉지대개발에 우리가 참여하면 북한도 우리측에서
주최하는 회의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진.선봉투자포럼 직후에 부산에서 열리는 TRADP 해운분야실무회의는
그 첫 성과가 될 전망이다.

이어 TRADP 의 내년의장국인 북한이 평양에서 개최하는 3차 또는 4차
협의회는 우리에게 소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식 접근"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포럼참가는 북한 개방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은 김정우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 최근 일본 홍콩 등을 돌며 투자
유치를 목이 아프게 외치고 다닌 것은 나진.선봉의 실패가 자신들의 정치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이안 데이비스유엔개발계획(UNDP) 투자고문도 이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한편으로 포럼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남.북한간에는 아직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고, 사회간접자본 등
현지투자여건도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토지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각각 추진하는 한국전용
공단조성과 무역관개설이 이뤄져야 좀더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투자가
집행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