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스캔들을 치료해 드립니다"

요즘 미국에서는 기업윤리 컨설팅업이 신종 황금사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희롱 사건,불법 거래등 하루가 멀다하고 기업 스캔들이 터지면서 후유증
을 무마해줄 전문치료사를 찾는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

컨설팅 업체인 미딜로이트&터시에 따르면 현재 기업윤리 컨설팅업 시장
규모는 줄잡아 연간 10억달러.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이같은 시장규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건당 컨설팅 비용이 엄청난 "슈퍼 고부가가치" 업종
이라는 매력이 있다.

뉴욕의 중소업체 오렌지&록랜드를 보자.

최근 규제당국은 이 회사의 금융부정 사건을 적발했다.

위기감을 느낀 오렌지&록랜드는 즉각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와
스티어, 그리고 법률사인 앤더슨&말론에 의뢰해 회사내 금융부정.부패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이들 컨설팅업체는 곧 1천2백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 작성비용은 무려 7백만달러.

쪽당 5천8백달러짜리의 금싸라기 보고서인 셈이다.

여기서 끝나는게 아니다.

컨설턴트들은 내부 윤리감시 프로그램 설계비용으로 20만달러 이상을
청구했다.

이런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고객인 오렌지&록랜드는 만족하고 있다.

"이번 컨설팅으로 규제당국에 자체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줬으며
결국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데 성공"(래리 브로드스키 오렌지&록랜드사장)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요가 폭발하는 신종 황금시장을 컨설팅 업체들이 놓칠리 없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아더 앤더슨은 지난해 10월 아예 기업윤리 컨설팅만
전담하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이름난 회계법인인 KPMG도 최근 별도의 기업윤리 컨설팅사업부를 출범
시켰다.

기업윤리정화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비단 컨설팅업체들만은
아니다.

법률사무소 사립탐정소,심지어 비영리기관인 기업윤리센터까지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쟁탈전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쟁탈전과 함께 퇴직한 정.관계 거물의 스카우트전도 불꽃을 튀긴다.

이사업의 성공여부는 "사정의 칼"이란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 "윤리적인
얼굴"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칼날수사를 사전에 피하고 들끓는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측에 줄이 닿아 있으면서 대외적으로도 덕망이 높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가 린 마틴 전노동부장관.

미국 최대의 성희롱소송사건에 휘말려 있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미
현지법인은 문제가 된 성희롱 사태의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책을 내놓기 위해
마틴 전장관을 주치의로 선택했다.

아더 앤더슨도 작가이자 전 하버드경영대학원교수로 "윤리"와 "경영"의
이미지를 겸비한 바바라 레이 토플러를 윤리컨설팅 자회사의 수장자리에
앉혔다.

KPMG는 미사법위원회 부상담위원장 출신의 윈드롭 스원슨을 영입했다.

한편 기업윤리 컨설팅 행태를 못마땅히 여기는 비판가들도 적지 않다.

기업들이 "윤리 회복"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은 제쳐둔채 정부의 감사를
무마시키고 흠집난 기업 이미지를 복구하는 임시변통책에만 급급하다는게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기업윤리 컨설팅이란 신종사업의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같다.

기업의 부정스캔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지 훼손을 막으려는
기업과 이를 장삿거리로 연결시키려는 컨설팅업체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기업윤리 컨설팅업은 앞으로 번영일로를 달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