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당국이 금리안정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묘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최근 금리안정의지는 지난 6일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은 4천억원을 은행들에 긴급 지원했다.

이같은 규모는 은행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다.

지원시기도 당초 7일에서 6일로 앞당겨졌다.

이에 따라 지준부족으로 한은의 제재를 우려했던 은행들은 지난 7일
무사히 지준을 쌓을수 있었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지원이 이뤄진 것은 금리상승을 우려한
재경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8일 만기가된 9천3백40억원의 통안증권을 투신사들에 전액 현금상환해준
것과 이날 은행들에 2조원을 다시 지원한 것도 재경원의 금리하향유도
의지로 해석된다.

한은은 당초 통안증권을 현금상환하더라도 회사채수익률하락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총통화(M2) 증가율만 높인다는 점을 들어 차환발행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재경원은 금리상승세억제가 시급하다고 판단, 현금상환을 고집했다.

재경원과 한은은 지난 7일 입장을 절충, 4천6백70억원만 현금상환해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8일 상황은 돌변했다.

재경원이 갑자기 전액 현금상환을 주장하고 나섰던 것.

결국 재경원의 의도대로 9천3벡40억원이 현금상환돼 시장금리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2조원을 은행들에 지원한 것도 재경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얘기된다.

시장금리하락을 위해선 은행들의 지준을 넉넉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재경원의 논리가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금시장의 우려감도 상당히 가시는 분위기다.

그러나 "안정적인 통화관리"를 주장하는 한은의 의견이 번번이 묵살되고
있어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결국 물가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