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 서울대교수.경영학 >

세계 화섬업계의 선두주자인 도레이사는 미쓰이물산의 경영다각화
전략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고부가가치 신소재섬유 및 화학제품관련
기술개발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레이는 최근 불어닥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쟁력 향상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체질혁신을 위한 3대 개혁운동을 추진 하는 한편
21세기를 향한 장기비전의 제시 등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우선 통계지표로 나타난 성과측면에서 볼 때 도레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5천4백33억엔(4조5천억원)으로 제일합섬 7천67억원의
6.4배에 달한다.

수익성면에서 도레이는 엔고 및 섬유경기 하락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영기반과 수년간 지속된 리스트럭처링을 통해
높은 수익률(95년 제일합섬이 1.3%에 그친 반면 도레이는 3.3%)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연구개발(R&D)측면에서 제일합섬은 도레이에 비해 투자가
훨씬 적다.

도레이의 경우 지난해 특허출원건수가 1천7백69건에 등록건수만도
6백95건에 이르렀고 연간 개발투자비가 3백3억엔으로 매출액대비
5.4%를 차지했다.

반면 제일합섬은 지난해 특허 출원건수 1백건에 등록건수가
52건이고 총 개발투자비 규모는 1백40억원으로 매출액대비 2.0%에
그쳤다.

둘째 제품다각화 및 차별화의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도레이를 포함한 일본 화섬메이커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천연섬유
모방단계에서 벗어나 합섬 특유의 질감을 지닌 신합섬을 개발해
폴리에스터 장섬유의 중흥기를 맞이했다.

반면 제일합섬 및 국내화섬사는 90년대 들어서야 신합섬 개발에
착수해 방사부문의 원사개발은 어느정도 일본 수준에 접근했으나
혼섬 복합가연 특수연신 등 사가공부문에서는 아직도 크게 뒤떨어진
실정이다.

셋째 직물업계와의 협력관계가 구조적 차이를 보이는 것도 양사
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주요 원인이다.

일본 섬유업체들은 원사생산업체를 중심으로 하부의 제직 염가공
의류업체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나 제일합섬을 비롯한
국내기업의 경우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쟁적인 관계만을
유지함으로써 기술개발 수요파악 수요창출 등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째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세계화전략상에서도 양사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도레이는 60년대부터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했다.

이미 자회사들이 현지 실정에 적응해 지역기반을 다지고 있을
정도다.

반면 제일합섬은 아직 해외생산법인이 인도네시아 1개밖에 없어
변화하는 세계시장 상황에 적극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도 제일합섬과 달리 도레이는 화섬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플라스틱 엔지니어링 신소재 의약 전자재료 등 관련
산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먼저 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기업의 핵심역량을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차별화된 소재개발을 위해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수용할 수 있는 체제로의 체질개선을 해야한다.

끝으로 전략적 제휴체제를 구축, 수요업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또한 해외투자확대를 통한 생산기지의 글로벌화로 세계 각 지역의
신보호무역주의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