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반도체시장의 양대축인 미일 양국이 새로운 반도체 무역질서를 제시
했다.

31일 양국 각료급회담이 지난 91년 체결된 반도체협정의 연장, 경신문제에
대해 최종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기존 미일반도체협정이 양국간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이번 합의는 반도체분야의 다자간 무역질서의 기초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합의의 실질적 의미는 미일 양국이 세계반도체시장의 주도적인 역할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일본시장내 미국반도체의 점유율관리 등 자칫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갈
사안에 대해선 서로 한발짝씩 물러나고 세계반도체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해서는 흔쾌히 타협점을 찾았다는게 협상당사자들의 평가
이기도 하다.

이 결과 합의된 사안이 민간차원의 세계반도체회의다.

일본측이 먼저 제안한세계반도체회의는 최신기술의 표준화와 생산물량조절
등 세계반도체산업의 발전을 위한 반도체주요국의 민간협의체다.

이 협의체는 그러나 미일양국의 정부지원으로 설립된다는 점에서 양국
반도체업계의 이익대변체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이 반도체 주요생산국의 정부간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반도체시장의 각종 장벽을 허물자고 합의한데도 의미심장한 복선이
깔려 있다.

즉 미일 민간업계 주도의 세계반도체회의에서 반도체분야의 통상쟁점이
제기되면 이를 정부간회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의지가 엿보인다.

결국 이번 반도체협상을 통해 세계최대반도체 수요국이자 최대생산국이기도
한 양국이 쌍무마찰의 불씨를 최소화하는 대신 반도체분야에 관한 3국간
통상전쟁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 김수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