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26일 부인 손명순여사와 함께 지방휴양지인 청남대로
하계휴가를 떠났다.

이번 휴가는 9박10일로 오는 8월4일 귀경할 예정이다.

지난해 하계휴가기간(5박6일)의 거의 두배가 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관련, "대통령이 사색할 시간을 많이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휴가는 사실상 관저를 청와대에서
청남대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명칭만 휴가일뿐이지 청남대에서 국정을 챙기고 구상할 것이기 때문에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다.

김대통령의 휴가기간이 길어진 데는 수석비서관들의 휴가를 배려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보통 대통령의 휴가기간중 수석비서관들은 2개조로 나눠 휴가를 간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대통령의 휴가기간이 짧아 대부분의 수석비서관들이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했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번 하계휴가중 김대통령이 특별구상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장소만 바꿔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근무를
할텐데 특별구상은 무슨 특별구상이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이기간중 하반기 국정운영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대통령은 우선 최근들어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는 남북문제와
관련, 모종의 큼직한 대북정책을 구상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김대통령이 얼마전 여야영수회담의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
것도 남북문제에 관한 일단의 정책구상을 전달할 기회가 상실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민정부출범후 여러가지 제도적 개혁성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별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김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통령이 남북문제 다음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목은 경제분야이다.

여러가지 개혁적 성과도 임기말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의미를 상실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물가불안과 국제수지적자, 수출부진, 규제완화, 경제체질강화 등에 관해
광범위한 경제계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또 휴가기간중 해양부발족을 계기로 개각에 대해서도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9월 정기국회 이전에 대폭 개각을 할 것인지 아니면 소폭 개각에
그치고 관례대로 연말에 대폭 개각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연말부터 점차 가시화될 신한국당의 대권논의와 관련, 차기정권
재창출에 대한 정국구상도 이번 기회에 가다듬을 것으로 관측된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