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은행의 대출금리 수준이 결코 높지 않다는
색다른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4일 "은행의 금융중개비용이 금리인하를 어렵게 하는가"
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문제점은 높은 수준의
금융중개비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성화된 저비용.저수익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연구원은 이에따라 은행산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강화하고 은행장의 임기와 연임 및 상품개발 등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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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금융중개비용을 예대금리차 총자산예대수익률차
총자산직접경비율 총자산총경비율 총자산금융중개순마진 등 다섯가지
지표로 살펴본 결과 다음의 특징들이 나왔다.

운영경비측면에서의 금융중개비용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총자산직접경비율은 떨어졌고 총자산총경비율도 수치상 소폭 상승했으나
내용상 개선됐다.

반면 총자산예대수익률차가 떨어지고 총자산금융중개순마진이 대폭
하락하는 등 자산운용면에서 금융중개업무의 수익성도 현저하게 약화됐다.

대출시장의 경쟁이 대출금리를 하락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따라서 은행 경영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높은 금융중개비용이
대출금리의 인하를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이같은 특징들은 우리나라 은행의 금융중개비용에 대한 기존의
통념과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기존 통념에 비춰볼 때 제시될 수 있는 의문에 대해서도
해답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첫째 금융중개비용의 부담이 대출금리의 하향 안정을 어렵게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금융중개비용이 대출금리의 인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시중의 인식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그 이유는 종래의 금리규제하에서는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으나 금리자유화의 추진으로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근접함에 따라 시장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양상을 금융중개비용의 상승으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출금 평균이자율과 회사채수익률간의 차이는 금리자유화가 추진되기
전인 91년에는 9%포인트로 대출금 평균이자율은 회사채수익률의 거의
절반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95년에는 그 차가 불과 2.2%포인트로 축소됐으며 대출금
평균이자율은 회사채수익률의 4분의3 수준으로 접근했다.

따라서 시장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리자유화로 인해 대출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를 차입자들은 은행의 과다한 금융중개비용의 전가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둘째 금융중개비용으로 인해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대출금리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출금리가 높은 이유가 미시적인 은행 금융중개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면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과 평균실질자본수익률에
의해 결정되는 거시적 적정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셋째 금리자유화가 완료되고 은행들이 전략적 경영의 선택을 통해
은행산업의 경쟁이 보다 본격화된다면 과연 은행의 금융중개의 효율성제고가
대출금리의 인하로 나타나 은행고객들에게 금융서비스 편익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들의 경험을 살펴보면 80년대를 통해
프랑스 독일 일본 네덜란드의 경우는 총자산 대비 이자율마진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영국의 경우는 증대된 후에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거의 증대되는 추세를 보였다.

미국의 예대마진이 늘어난 것은 은행들이 예대마진이 높은 개인소매금융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은행시장의 경쟁제고는 예대마진을 축소시켰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의 금융중개비용을 국제적으로 비교함에 있어 흔히
두가지 문제가 제기돼왔다.

국내은행의 대출금리가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는 점과 이는 우리나라
은행들의 높은 금융중개비용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각국의 금리구조가 다르므로 우리나라 대출금리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금리구조를 먼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나라는 시장금리가 높고 다음으로 대출금리와 프라임레이트의
순서로 돼있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대출금리가 가장 높고 다음으로 프라임레이트와
시장금리순서로 돼있다.

이론적으로 은행대출은 감시비용을 수반하므로 자금공급자가 감시비용을
직접 부담하지 않는 직접금융시장의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 타당하다.

시장금리에 감시비용을 추가해 대출금리가 결정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의 금리체계는 이러한 이론적 금리체계와 일치한다.

반면 국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자금조달금리에 감시비용을 포함한 경비와 마진을 더해 결정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는 평균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의 차가 미국보다
적은 구조를 갖고 있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거나
예금금리가 높은 구조이다.

이러한 금리구조는 개발시대에 투자촉진을 위해 대출금리는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저축증대를 위해 예금금리는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던 금리구조가 금리자유화 이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출금리가 시장금리보다 낮고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간의
차가 적은 우리나라 금리구조에 있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예금금리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대출금리는 구조적으로 시장금리와 예금금리에
대해 종속적인 위치에서 결정된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국제적으로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금리구조를 고려해 상대적으로 비교한다면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대출금리의 절대수준이 선진국들보다 높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시장금리와 예금금리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금융중개비용이 높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에 있다는 주장은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대출금리가 높은 이유를
설명하는데도 적용돼왔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금융중개기술의 낙후로 인해 선진제국들보다
높은 수준의 금융중개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높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은행들은 다른 나라 은행에 비해 어느정도
금융중개비용이 높은가.

우리나라 시중은행을 세계에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10대은행
(자산규모기준)과 비교한 결과 예상과는 달리 미국은행들은 우리나라
시중은행들보다도 금융중개비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4.57%로 국내 시중은행의 2.77%보다
현저하게 높다.

총자산예대수익률차에 있어서도 미국은행들은 2.34%로 우리나라
시중은행의 1.23%보다 높다.

총자산직접경비율과 총자산총경비율에 있어서도 미국은행들은 각각
2.22%와 3.82%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의 1.18%와 2.02%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

OECD국가들의 총자산예대수익률차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총자산예대수익률차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보다 낮고 프랑스와
네덜란드와는 비슷한 수준에 있으며 다만 일본과 스위스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가 금융중개비용의 효율성측면에서 우리나라
은행들이 미국 은행들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미국 은행들의 총자산직접경비율이 우리나라 은행들의
거의 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은행들이 미국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때문에 우리나라 은행들이 높은 금융중개비용으로 인해 선진국들보다
차입자들에게 고금리를 부담시키고 있다는 시중의 통념은 실증적으로
타당성이 없다.

선진국 은행산업과 비교한 금융중개비용 분석은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특성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국내 시중은행과 미국 10대 은행간을 비교해보면 국내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저비용.저수익구조를 갖고 있는 반면 미국 은행들은 고비용.고수익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경쟁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오히려 미국은행들보다 상대적으로
저비용.저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양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저비용구조는 경영의 효율성을 반영한다기보다 임금 등 비용요소들이
장기간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경영에 대한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규제하의 경영행태의 관성이
지속된 결과라고 하겠다.

문제는 저비용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성화된 저비용구조가
경영의 전략적 선택과 이에따른 자원 및 가치의 전략적 배분이 미약함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금리자유화이후 나타나고 있는 수신위주의 금리경쟁은 은행의 수익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국민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들은 수신위주의 경영전략을 부가가치 중심의 경영전략으로
전환하고 고객과 은행이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주거래관계를 강화하는
여신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리자유화이후 대출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쟁과 경비절감노력을
은행산업의 전반적인 효율성제고로 심화.확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직적인 저비용.저수익구조를 탈피하는 적극적인 경영전략의 추구가
필요하다.

경영권을 강화하고 은행장 임기 및 연임규제. 상품개발. 업무범위 등에
관한 규제완화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적극적인 경영을 통해 비용과 수익을 내생적으로 결정하고
효율성 제고효과가 경쟁을 통해 은행과 금융서비스 수요자에게 배분되는
구조로의 전환이 우리나라 은행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하겠다.

< 정리 = 이성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