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추송웅씨의 1인극으로 77년 초연돼 연극계에 커다란 선풍을 일으켰던
"빨간 피이터의 고백"이 10년만에 되살아난다.

"심판" "외설 춘향전" "리어왕" 등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준
중견배우 권혁풍씨(42)가 신예연출가 이재환씨와 손잡고 26일부터
카페떼아뜨르뚜레박 무대에 올리는 것.

"빨간 피이터의 고백"의 원작은 프란츠 카프카의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서".

카프카문학의 일관된 주제인 벗어나기 힘든 폭력에 대한 무기력한 굴종,
기계문명의 발달로 인한 인간의 우울한 상황등이 이 작품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권혁풍씨는 "추송웅씨의 연기를 보지 못해 오히려 더 자유롭게 작품
해석에 임할 수 있었다"며 "원작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충실히 해석,
진지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하겠다"고 말한다.

극은 아프리카에서 포수에 사로잡혀 유럽으로 수송되는 도중 필사의
노력을 다해 인간이 된 원숭이 피이터가 보고강연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철창 속을 벗어나 자유를 찾기 위해 인간세계에 길들여지는 피이터.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뛰놀던 원시적 자유를 그리워하는 피이터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당신들이 말하는 자유, 자유롭다는 게 뭐죠"라고
묻는다.

연출을 맡은 이재환씨는 "피이터가 인간세상에서 겪는 고뇌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젊은층이 공감할 수 있도록 90년대 시대상황과 우리
현실에 맞는 새로운 피이터상을 창조하겠다"고 말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