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회장(55)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으로 선임됐다.

이건희 회장은 17일 오후(한국시간 18일 새벽) 애틀랜타 매리어트
마르키스호텔에서 잇따라 열린 IOC 임시집행위원회와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새로운 IOC위원으로 뽑혔다.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면서 대한레슬링협회 회장겸 국제레슬링연맹
명예부회장인 이신임 IOC위원은 학창시절 레슬링을 직접 한 선수 출신인데다
그동안 레슬링을 비롯한 국내외 스포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80세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새 IOC위원으로 추대됐다.

이위원은 18일오전 총회에서 위원선서를 함으로써 IOC위원의 임무를 시작
한다.

이에 앞서 김운용대한올림픽위원장은 이회장을 한국의 새로운 IOC위원
후보로 IOC집행위와 총회에 추천했다.

이위원은 이날 하오 기자회견에서 "국내 스포츠의 수준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의 장웅올림픽위원회 서기장(사무총장)도
이건희 회장과 함께 지난 93년 사임한 김유순 위원의 후임으로 IOC위원에
선정됐다.

농구선수출신으로 올해 58세인 장웅위원은 평양 출신이며 남북체육회담
대표 등에 이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 등의 직함을 갖고 있는데
특히 영어에 능통해 북한의 외교통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애틀랜타 올림픽에 막판 북한이 참가하는 창구역할을
담당함으로써 근대올림픽 창설 1백주년을 맡는 이번 올림픽을 사상 처음으로
1백97개 전회원국이 참가하는 올림픽으로 만든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번 애틀랜타 올림픽으로 부위원장 임기가 끝나는 김운용
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겸 IOC부위원장과 이건희 신임 IOC위원 등 두명의
IOC위원을 보유하게 됐으며 북한의 장웅위원까지 합하면 한반도에서 모두
3명의 IOC위원을 갖게 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이건희회장과 장웅사무총장을 포함 모두 12명의 새로운
IOC위원을 탄생시켰는데 이건희 회장 등 2명은 선출케이스로, 루센통
국제배드민턴협회장(중국) 조지 킬라이언 국제농구연맹 회장(미국) 등 5명은
국제연맹 추천케이스로 새멤버가 됐으며 장웅 사무총장 등 5명은 전임자의
유고로 빈자리를 이어받았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김운용부위원장의 후임에는 사업분과
위원장인 캐나다의 딕 파운드위원이 인도의 아쉬니 쿠마르 위원을 48대46
으로 제치고 임기 4년의 부위원장이 됐으며 일본의 이가야 지하루 위원과
독일의 토마스 바흐 위원도 집행위원에 뽑혔다.

각국 올림픽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집행위원회와 총회의 승인으로 선임되는
IOC위원은 올림픽운동에 기여한 공로가 있어야 함은 물론 영어 또는 불어에
능통해야 하며 특정 국가의 국적을 보유해야 한다.

또 IOC위원은 총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

한국은 이회장의 추가선임에 따라 올림픽을 개최하고도 IOC위원을 추가
선임받지 못한 불명예를 떨게 됐으며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번째,
세계에서 19번째로 2명의 IOC위원을 갖게돼 국제스포츠의 강국으로 발돋움
하게 됐다.

특히 한국은 미국 러시아 독일에 이어 4번째로 경기력과 외교력을 겸비한
나라가 됐다.

이건희회장은 선임 하루전날인 16일 오후(한국시간 17일 오전) 장기간
머물고 있던 샌프런시스코(몬트레이 페블비치)를 떠나 이곳 애틀랜타에
도착해 선임에 대비한 준비를 했다.

삼성은 사전에 박성인 스포츠담당 전무와 박영세부장 등 10여명의 비서실
전략홍보팀을 이곳 애틀랜타에 파견해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은 지난 94년 파리총회에서부터 본격적
으로 IOC위원 추가 작업을 추진했고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총회에서도
막판까지 집중노력을 펼쳤으나 실패했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