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완성차업체와 부품공급업체간의 관계가 "주종"에서 "동반자"로
변화하고 있다.

부품업체가 종속관계에서 벗어난 것을 상징하는 근거는 자동차제조업
경기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던 부품업계의 경기가 최근들어 독자적인
경기곡선을 그리고 있는 점.

특히 올들어 지금까지 자동차판매가 예년의 평균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TRW등 몇몇 대형 부품업체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승용차및 경트럭의 연평균 판매규모는 1,500만대.

판매가 절정기에 달했던 지난 86년 수준(1,600만대)을 곧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다 미국의 소비자부채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미국의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은 수익향상을 위해 부품업체에
가격인하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실정.

이처럼 불리한 상황에서도 주요 부품공급업체들이 앞으로 수년간 탄탄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는 것은 완성차메이커에 대한 지위가
"격상"된 까닭이다.

부품공급업체의 위상이 높아진 요인은 두가지.

주요 자동차메이커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아웃소싱(핵심사업외
나머지분야는 외부에서 조달하는 경영방식)을 단행하면서 <>부품공급업체에
대한 할당분을 늘리고 <>거래하는 부품메이커의 수를 줄여 업무를
집중할당하는 과정에서 부품메이커를 동반자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거래 부품공급업체의 수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비용절감의 최선책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부품메이커들은 단순히 개별 부품을 공급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단위부품세트를 일괄생산하는가하면 예전에 자동차
메이커가 일관하던 설계및 부품조립업무도 관할하고 있다.

이들은 생산부품의 범위를 늘려 수요자인 자동차메이커와의 관계를
보다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간다는 방침이다.

에어백이나 좌석벨트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TRW는 앞으로 자동차에 들어가는 모든 제어시스템을 일관생산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부품공급업체들이 연구 개발 엔지니어링 프로젝트관리업무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갈 경우 동반자로서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 김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