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나라의 고물가가 "고비봉구조"이 가장 큰 요인임을 두말할것도
없다.
제네바에 있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코퍼릿 리소시스그룹(CRG)은 최근
세계국제도시중 서울의 물가가 7번째로 높다고 발표했다.
재정경제원이 국내외 공산품가격조사차를 조사분석한 결과도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100으로 할때 일본 대만 싱가포르 프랑스 영국 미국등 경쟁
대상국들의 평균치가 93.9로 우리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임금 금리 땅값 물류비용등 각종 가격요인이 모아져 결정되는
경제지표다.
몸이 아프면 열이 나듯 물가가 높다는 것은 경제의 적신호다.
고물가상태로는 성장 국제수지등 다른 요인을 해결하기 힘들다.
그래서 올해 성장목표(7~7.5%)를 달성한다 해도 물가가 목표치(4.5%)를
넘어설 경우 내년이후의 성장기반이 매우 취약해질 우려가 크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영방향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과제로 삼은 것도
이런점을 염려해서다.
문제는 이처럼 절대적인 물가수준이 높은 우리나라가 지금도 높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0년부터 94년까지 4년간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9.3%인데
비해 미국은 13.4%, 일본은 7.1%, 대만은 3.6%선에 불과했다.
같은기간동안 생산자물가는 우리가 11.6% 올랐으나 일본(<>7.0%)과 프랑스
(<>4.6)는 오히려 내림세를 보였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도 "하반기경제운영방향을 확정하면서 물가목표를
잡는게 가장 힘들었다"(나웅배 경제부총리)고 할 정도로 물가에 부담을
갖고 있다.
올 목표(4.5%)를 수정하지는 않았지만 "목표치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게 현실이다.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3.8% 올랐고 7월초 인상된 담배 휘발류 시내버스요금
만으로도 0.5%포인트가 더 올라 이미 4.3%가 올라 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상승률을 0.2%포인트 이내로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하반기는 상황이 더 나쁘다.
정부의 노력으로 한두 품목의 가격하락은 있겠지만 구조적인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해는 반도체경기가 좋아 전자회사들이 가전상품의 값을 내리는등
공산품값인하를 주도했으나 올해는 반대로 반도체 경기가 나빠 다른 상품값
을 올려야 할 판이다.
또 수출부진으로 경상수지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물가안정에 보탬을
줬던 수입개방확대를 공개적으로 꺼내기가 힘든 실정이 됐다.
이처럼 경기부진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으나 침체경기를 활성화
하겠다는 대책 또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게 현금차관도입이다.
현금차관도입은 그대로 국내 통화량증가로 이어져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경기침체에 대한 책임을 묻던 야당도 "현금차관도입은 물가대란을 일으킬
것"(정동영 국민회의대변인)이라는 공식논평을 낼 정도이다.
게다가 통화당국도 경기부양을 의식해 "올해 M2(총통화)증가율을 연간
목표치인 11.5~15.5%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긴축을 하거나 통화환수조치를
위하지 않을 방침"(박철 한은자금부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시내버스
요금 쓰레기봉투값 주차료등을 중앙정부에서 통제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같은 물가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정부와 민간이 다를리 없다.
"한해동안 버린 쌀이 연간 쌀 수입량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보듯 물가안정은
정부는 물론 국민 기업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임상규 재경원물가정책
과장)는 공동책임론이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물론 정부도 "물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올해 억제된 물가는 내년에
오른다. 목표수치에 너무 억매이지 말라"(한진수 대우경제연구소 국내
경제팀장)는 말에 좀더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