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대륙이 세계 미디어업계의 제왕 루퍼트 머독을 울린 한 사나이
이야기로 시끄럽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독일방송사인 버텔스만사의 돈 만상무이사(50).

그는 지난3월 루퍼트머독의 B스카이B사와 프랑스의 유료TV업체인 커넬
플뤼사 버텔스만사를 "뉴코사"로 통합시키면서 유럽 미디어업계의 기린아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커넬 플뤼사로부터 계약위반으로 법원에 제소하겠다는
위협을 받고 있는데다 머독으로부터는 "더러운 협잡꾼"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돈 만이 이처럼 두 회사로부터 일제히 비난을 받게 된 경위는 이렇다.

올초 머독은 유럽 디지털TV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유럽최대 TV방송업체인
벨기에 CLT사의 앨버트 플레리사장을 만났다.

그러나 머독은 별다른 결실없이 의견차만 확인한채 돌아섰다.

이때 제휴를 제의해온 것이 바로 버텔스만사의 돈 만이다.

돈 만은 머독을 유럽 디지털TV시장의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면서도
경쟁하기보다는 제휴쪽을 택했다.

먼저 그는 머독에게 접근, CLT사를 무너뜨리자고 제안했다.

유럽시장의 패권장악을 꿈꿔오던 머독으로서는 발벗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돈 만은 여기에 옛 사업파트너이자 현재 프랑스 디지털유료TV시장의
1인자인 커넬 플뤼사를 끌어들였다.

3월6일.

드디어 유럽 디지털TV시장의 빅메이저"뉴코사"가 탄생했다.

뉴코사는 돈 만에게 갖가지 전리품을 안겨줬다.

버텔스만사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데다 유럽 디지털TV업계내에서는
가장 영향력있는 인사중 한명이라는 유명세를 얻게 됐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뉴코사의 탄생으로 가장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된 CLT사와 비밀리에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머독의 침입을 막으면서도 CLT사를 꺾을 시간을 벌자는 속셈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어서야 커넬 플뤼사와 B스카이B사는 돈 만의 야심을
알아차렸다.

커넬 플뤼사는 돈 만을 비난하면서 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머독도 그를 "야심과 돈밖에 모르는 철면피" "더러운 협잡꾼"이라고
비난하며 뉴코사를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성공의 팡파르를 계속 불어온 머독으로서는 돈 만에게
속은 자체가 참을수 없는 수치였던 것이다.

현재 유럽인들도 돈 만을 두고 야심과 능력은 있으나 상도덕을 모르는
기업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 미디어업계를 장악하려는 욕심많은 머독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였다며 내심 박수를 보내고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