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의 꿈"

일본에서 수도를 도쿄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논의는 지난 60년대이래
3차례나 거론돼 왔고 그때마다 유야무야로 끝난 몽상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시모토 류타로내각은 지난 5월28일 국토청의 수도
이전계획을 승인해 또 다시 천도문제가 일본의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일본국토청의 수도이전계획은 오는 2010년에 신수도에서 국회를 개원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 목표아래 각계여론을 수렴해 늦어도 98년초까지 수도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고 약 14조엔의 건설비를 들여 오는 2000년부터 인구 60만명규모의
아담한 수도를 건설하기 시작한다는 대략적인 청사진만 제시했다.

이에따라 수도이전문제를 전담할 기구인 "국회등 이전심의회"가 오는
9,10월께 발족돼 가장 중요한 후보지 선정등을 심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수도이전문제가 이제 막 공론화될 시기인데도 일본에선 벌써부터
찬성과 반대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쇳소리를 내고 있다.

찬성파를 이끄는 곳은 경단련으로 지난 5월28일 정기총회에서도 수도
기능이전의 조기실현을 추구한다는 것을 결의사항으로 공표할만큼 천도에
적극적이다.

일본재계는 약 14조엔이 투입되는 대공사가 가져다줄 경기부양효과와 천도
를 계기로 규제완화를 포함한 대대적인 행정개혁이 단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대해 도쿄상공회의소는 도쿄를 중심으로한 중소기업의 영업기반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 상공회의소의 이나바회장은 행정개혁과 규제완화등이 제대로 된 이후
에나 수도이전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며 이전반대에 자리를 건 형편이다.

여론도 각양각색으로 수도이전에 관한한 "여론"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례로 수도이전이 제기된 주요한 원인인 인구과밀과 주택난등만하더라도
최근들어 부동산거품이 꺼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심지어 도쿄내 일부 구청들은 떨어진 부동산가격을 내세우며 지역주민유치
사업을 벌일 정도다.

또 수도이전 기본계획에 일왕 주거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앞으로의 계획
추진과정에서 극우파들이 반기를 들고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기에 수도이전계획과 별개로 수상관저등 중앙정부부처 건물의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어 이중투자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따라 일본관측통들은 아마도 도쿄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한 수도
이전을 둘러싼 밀고 당기는 각축전만 지속될 형국이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현재로써는 지난 60년대초와 68년및 87년에 이어 96년도판 수도이전계획도
사장될 공산이 크다는 해설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