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회사 지점장들은 "빠삐용"이 되기를 두려워한다.

외딴섬에 갖힌 죄수신세가 되지 않는것이 지점장들의 소극적인 목표다.

속칭 빠삐용은 자금유치실적이 가장 저조해 본사영업부로 대기발령을 받는
지점장을 말한다.

대기발령을 받으면 책상하나에 전화하나만 주어진다.

"저축추진역"이라는 이름으로 몇달간 개인적인 자금유치활동이 벌어진다.

회사는 실적을 봐가며 다시 지점장으로 발령을 낸다.

빠삐용처럼 탈옥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운좋게 배를 타고 탈출에
성공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추운데 간다고 해서 "냉장고"라고도 부른다.

한국투신의 경우 서울과 지방지점장출신의 저축추진역이 2명, 대한투신은
3명의 저축추진역이 탈출을 위해 개인적으로 자금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빠삐용이 되지 않으려면 위해서는 지점장이 뛸수밖에 없다.

인근 서민금융기관은 물론 큰자금을 갖고 있는 개인고객들에게도 수익증권
을 권유한다.

투신사들간의 수탁고경쟁은 물론 신설투신이 생기면 기존투신의 수탁고를
갉아먹을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설투신사가 영업을 하면 증권사들의 수익증권판매는 투신사와의 일대
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설투신이 모회사인 증권사의 영업망을 통해 기존투신의 수탁고를 갉아
먹을게 뻔하다"는게 기존투신사들의 위기의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수익증권판매와 주식매매약정의 성격이 다르다며
신설투신의 판매실적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투신사가 1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면 약1%인 1억원을 위탁수수료로 번다.

그러나 증권사가 100억원을 유치해 주식매매약정을 1년에 다섯차례만 해도
5억원이상을 벌게된다.

따라서 주식약정으로인한 수수료수입을 올렸던 증권사지점이 수입이 낮은
수익증권판매에 비중을 둘리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을 가진 지점장은 빠삐용이 되기 십상이다.

"투신사가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영업하는 시대는 지났다.

증권사와의 경쟁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경쟁이 심화될 것은 뻔하다.

고객에게 진일보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위해 직원을 교육하는등 노력하고
있다"(대한투신 광주지점 최병만이사)

투신사는 수익증권을 팔아서 모은 돈으로 주식과 채권등에 운용을 한다.

따라서 투자신탁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수익증권을 사줄 고객이 있어야
한다.

최근 투신사들간에 고객만족운동이 경쟁적으로 일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증권사보다 지점수가 적다는 점도 고객만족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재정경제원이 서울지역에 대해서는 투신사의 지점신설을 자유화하겠다고
방침을 정했지만 실무적으로는 아직 자유화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투신 김상진 점포지원팀장은 "일산 분당등 신도시에 지점을 내려하지만
재경원의 인가가 나오지 않아 아직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투신사의 영업은 이처럼 위기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운용수익률은 운용파트에서 알아서 할일이지만 최근들어 실적이 신통치
않다.

그러니 고객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만이 살길인 것이다.

이에 따라 투신사의 고객만족운동은 빨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한국투신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한달동안을 고객만족 특별실천기간으로
정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영업체제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 새롭게 경쟁력을
갖춰나가겠다는 의지다.

고객의 불만족을 신속히 처리하는 제도를 만들었고 잠재고객과 신규고객을
위한 사은행사도 벌일 예정이다.

지난 22일 창립 14주년을 맞은 국민투자신탁도 경영이념을 "고객감동
인재중시 미래창조"로 새롭게 바꿨다.

"고객이 없으면 국민투자신탁도 없다"는 모토도 새롭게 준비했다.

대한투신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고객만족헌장을 표방하고 나섰다.

고객응대를 잘한 직원들을 뽑아 포상을 하기도 한다.

이같은 고객감동경영으로 신설투신은 물론 은행이나 다른 금융기관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겠다는게 투신사들의 목표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